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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부담?’ 챔스에 대처하는 명장들의 자세


입력 2014.03.15 08:59 수정 2014.05.13 10:2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과르디올라 뮌헨 부임 후 겸손된 자세로 일관

첼시의 무리뉴, 오히려 즐기는 모습으로 승승장구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감독. ⓒ 데일리안 스포츠

UEFA 챔피언스리그는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에게도 꿈의 무대다.

따라서 챔스 우승을 차지할 경우 곧바로 ‘명장’의 수식어가 붙곤 한다.

챔피언스리그는 1955-56시즌 유러피언컵으로 시작된 뒤 1992년 지금의 명칭으로 개편됐다. UEFA 챔피언스리그로 한정할 경우 지난 시즌까지 21개팀이 '빅이어'를 들어 올렸는데 정작 우승의 짜릿한 감동을 맛본 감독들은 그리 많지 않다. 1992-93시즌 우승을 차지한 마르세유(프랑스)의 레이몽 구탈스 감독을 시작으로 단 14명만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겼을 뿐이다.

‘챔스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은 곧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승을 경험한 대부분의 감독들은 수많은 러브콜을 받게 됐고, 각 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 또는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아 자신의 명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들어 챔스 우승의 경력이 오히려 일부 감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이전 사령탑인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은퇴를 선언했고, 구단 측은 일찌감치 후임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비롯해 리그, DFB 포칼컵까지 휩쓸며 트레블을 이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섰다. 더 이룰 것 없는 팀을 맡게 된 과르디올라 감독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부임 초부터 상당히 겸손한 자세로 언론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말 수는 바르셀로나 시절보다 현저히 줄었고, 언론과의 공식인터뷰에서도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모양새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리그 무패행진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스날을 격파하며 8강에 올라 2연패를 향해 순항 중이다.

감독들이 안는 부담감이라면 첼시를 빼놓을 수 없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2003년 팀을 인수하자마자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유럽 챔피언’을 팀의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꿈을 실현 시켜줄 명장들이 속속 런던에 입성했다.

첫 번째 주자는 조제 무리뉴 감독이었다. FC 포르투 시절이던 2003-04시즌 빅이어를 번쩍 들어 올렸던 무리뉴 감독은 첼시 지휘봉을 잡게 되며 본격적으로 명장이라는 칭송을 듣게 된 감독이다. 물론 무리뉴 감독은 첼시를 EPL 최강자로 올려놓는데 성공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거듭된 실패로 인해 구단주와 불화가 생겼고, 시즌 도중 물러나게 됐다.

유럽 정상을 향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끝없는 열정은 결국 2011-12시즌 이루게 된다. 그동안 펠리페 스콜라리(월드컵 우승)와 카를로 안첼로티(챔스 우승 2회), 안드레 빌라스-보아스(유로파리그 우승) 등 명장들을 불러왔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감독 경험이 미천한 로베르토 디 마테오에 의해 이루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 하나로 러브콜이 끊이 않는 감독도 있다. 바로 2004-05시즌 리버풀의 우승을 이끈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다.

베니테즈 감독은 이미 발렌시아 시절, 두 번의 리그 우승과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 우승 경험을 지닌 명장이었지만 리버풀을 맡은 첫 해 스티븐 제라드의 미친 존재감으로 덜컥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그다지 순탄치 못한 편이다. 리버풀의 오랜 숙원이었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끝내 이루지 못했고, 2010년 인터 밀란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반 년 만에 경질되는 수모를 맛봤다. 지난 시즌에는 첼시의 임시 사령탑에 올라 유로파리그 우승 타이틀이라는 뚜렷한 성과에도 선수와 팬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전락해 결국 팀을 떠나고 말았다. 베니테즈 감독의 주가는 여전히 높아 현재 세리에A 나폴리를 이끌고 있다.


현재 무직인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감독들은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 편이다. 챔스 2회 우승의 업적을 이룬 무리뉴 감독과 안첼로티 감독은 세계적 강팀들만을 맡고 있으며,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1기를 지휘했던 빈센테 델 보스케 역시 세계 최강 스페인 대표팀을 6년째 이끌고 있다.

특히 무리뉴 감독은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을 오히려 즐기는 인물로 통한다. 첼시에서 물러난 뒤 인터밀란에서 다시 한 번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그는 2010년 레알 마드리드로 자리를 옮겨 갈락티코 2기의 수장으로 최강 바르셀로나 파훼법을 내놓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무리뉴 감독이 다음 행선지로 삼은 곳은 애증의 첼시. 물론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화해를 이룬 뒤 팀의 전권을 부여 받는 조건으로 첼시에 부임했지만 여전히 그에게 놓인 숙제는 첼시의 챔스 우승이다.

이에 대해 무리뉴 감독이 내놓은 말이 걸작이다. 그는 지난달 “우리에게 목표는 단 하나 뿐이다. 그것은 리그 4위 이내의 성적표다”라고 밝혔다. EPL 4위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감독 스스로가 몸을 낮춤으로 해서 선수들의 부담까지 덜어낸 명언이라 할만하다. 현재 첼시는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오는 19일 갈라타사라이와의 16강 홈 2차전(1차전 1-1)에서 승리할 경우 8강에 오르게 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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