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사람은 뽑았는데 영향력은 '글쎄'
통합 결정 후 추진위원 사라져
"중앙운영위원으로 소속됐다"지만 발표 한 구절 없어
지난 2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통합 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한 지 12일째.
매번 진통을 겪었던 창당 방식 협상 테이블에 이어 신당 추진단 분과 위원장과 위원 및 새정치비전위원회 구성, 그리고 16일 열리는 중앙당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숨 가쁜 일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이들’이 있다.
새정치추진위원회 당시 추진위원 8명은 어디로 갔을까.
앞서 지난 1월 15일 당시 새정추는 각 전문영역에서 정책 자문을 맡을 추진위원 8명을 발표했다.
인선에 따라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천근아 소아정신과 의사, 김혜준 영화활동가,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 안희철 서울대 로스쿨 학생, 엄용훈 삼거리픽쳐스 대표, 정중규 직업재활 전공 박사, 최유진 공공미술설치 작가가 임명됐다.
당시 새정추 측은 “이들은 향후 새정추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각자 전문적 영역에서 정책자문을 맡게 된다. 또한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대중들을 접촉해 새정추 홍보활동도 할 예정”이라며 추진위원들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추진위원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도 전, 안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통합 신당 창당’을 발표했고 이에 모든 노선은 즉시 창당 작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앙운영위원'으로 편입됐다지만...
새정치연합 측은 이들이 ‘중앙운영위원’에 소속됐고 통합 결정 시 추인과정에 참여한 점을 들어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들이 신당추진단 내 어떠한 직위도 받지 못했다는 것.
금태섭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단 중앙운영위원으로 있고 합당 자체에 대해서 추인도 같이 했다. 또 중요한 일 있으면 설명 드리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일하고 있는 건 아니다. 상근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당 과정이 끝난 후에 지위가 재정립 되느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써는 정강정책 분과나 필요할 때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신당 창당을 위한 각종 인선을 쏟아내며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동안, 추진위원 8명의 위치가 ‘중앙운영위원’으로 바뀌었다는 보도자료 하나 조차 내지 않았다.
게다가 금 대변인에 따르면, 추진위원들은 인선 이후부터 통합 발표 전까지 한 달에 1~2회 정도 비정기적 모임을 가졌다. 인선 발표가 1월 15일, 통합 발표가 3월 2일인 점을 감안할 때, ‘추진’위원들은 최대 2~3회의 모임을 끝으로 사실상 ‘추진’하기 어려운 가장자리로 밀려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추진위원들이 통합을 ‘추인’했다고는 하지만 공동위원장들과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으며, 이후 특별히 의견 개진을 할 만한 위치를 얻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의 인선을 두고 ‘표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추진위원은 “지금 당장은 자주 모이거나 큰 것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신당을 만드는 과정이나 그 이후에 우리에게 의견을 물으면 각 분야에서 의견을 내는 것”이라고 자신들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통합 발표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많이 놀랐다.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 아니었겠느냐”라며 “어떤 분은 뭔가 예견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발표될 줄은 몰랐다고도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같이 가자는 데에는 다들 같은 마음이었고, 오히려 이제 신당을 시작하니까 창당이 되고나면 우리가 자문 역할을 하면서 바빠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선 파도 속에 발표된 새정치비전위원회, 영향력은 미지수
이 같은 이유로, 민주당과 함께 내놓은 ‘새정치비전위원회’ 역시 영향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은 지난 12일 새정치비전위원으로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회장, 백승헌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이래경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선종 은덕문화원 원장, 조우현 숭실대 교수,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최영애 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 대표,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외부 인사 9명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금 대변인과 박광온 대변인은 “당적이 없는 외부 인사로 꾸려졌기에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다”면서 “과감한 개혁안을 부탁드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양측이 ‘새정치’라는 명분으로 통합에 나선 만큼 새정치비전위원회가 갖는 상징성은 크지만, 사실상 자문기구의 형식이라는 점에서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비전위원 9명 중 조우현 교수와 이래경 대표는 새정치연합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최태욱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 위원을 지냈다.
또한 제윤경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민주당 사회적 경제 정책협의회 외부위원으로 참여했다. 최영애 대표 역시 문 후보의 ‘시민 멘토단’에 몸 담았다. ‘당적이 없다’는 주장이 개운치 못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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