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9.20' 믿었던 커쇼 난타…어떻게 봐야 할까
시범경기 4번의 등판에서 2패 등 초라한 성적..흔들리는 에이스에 팬들 걱정
한국과 달리 시범경기 나서는 마음가짐 자체 달라..어두운 전망 섣부른 예단
클레이튼 커쇼(26)가 불안하다.
LA 다저스 에이스를 넘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커쇼가 시범경기에서 연일 난타 당하고 있다. 커쇼는 16일(한국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 6회 2사까지 2피홈런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시범경기라고는 하지만 4번의 등판에서 커쇼는 2패 평균자책점 9.20이라는 너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오는 22일 호주 시드니서 열리는 개막전 선발로 내정된 만큼, 팬들의 걱정은 무척 크다.
커쇼는 류현진이 속한 다저스 에이스로 국내 팬들의 지지도 두텁다. 류현진이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커쇼가 올해도 확실한 1선발 역할을 해야 한다. 커쇼 부진이 국내 팬들에게도 주목받는 이유다.
커쇼는 지난해 16승9패 평균자책점 1.83의 뛰어난 성적으로 개인 통산 두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5년 연속 2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커쇼는 현역 최고의 좌완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 겨울에는 연평균 3000만 달러가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7년 계약을 체결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커쇼의 올 시즌 전망이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시범경기 성적은 선수들마다 각기 다른 잣대를 두고 평가해야 한다. 특히, 검증이 이미 끝난 선수들은 시범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
지난 2009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팬들은 시즌 개막 직전까지 한 선수에 대한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투수가 시범경기에서 매우 심각한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투수는 당시 시범경기 8번의 등판에서 28.1이닝 6개 피홈런 포함 47안타 맞으며 30실점(29자책), 평균자책점이 9.21까지 치솟았다.
막상 정규 시즌이 개막하자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첫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낸 그 투수는 첫 6번의 등판에서 45이닝 동안 단 3점(2자책)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이며 6연승을 질주했다. 두 자릿수 탈삼진을 동반한 세 번의 완투승도 포함됐고, 그 중 두 번은 완봉승이었다.
그 투수가 바로 커쇼-류현진과 더불어 현재 다저스의 막강 선발진을 형성하고 있는 잭 그레인키. 최고의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한 그레인키는 16승 8패 평균자책점 2.16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정규시즌에서 그레인키가 보여준 피칭은 시범경기와는 사뭇 달랐다.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시범경기에 대한 중요성이 한국보다 훨씬 떨어진다.
시범경기는 정규 시즌에 앞서 단순히 몸을 푸는 과정으로 여길 뿐이다. 승패에 자존심을 걸지도 않으며, 가끔은 유명 연예인이 구단에 등록해 출장하기도 한다. 특급 에이스 반열에 오른 투수가 2회까지 7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직구 위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변화구는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할 정도다.
물론 시범경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돌풍을 예고하는 투수들도 더러 있다. 지난해 21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맥스 슈어져의 경우 시범경기부터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이목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지난해 슈어져 못지않게 좋은 피칭을 선보였던 아니발 산체스(정규시즌 ERA 2.57)의 시범경기 기록은 7.31이었다. 바톨로 콜론(6.30->2.65)이나 크리스 메들렌(7.23->3.11) 등도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피칭이 전혀 달랐던 경우다. 반대로 브랜든 모러(1.50-6.30)처럼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다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추락한 케이스도 있다.
커쇼의 시범경기 부진이 위험신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커쇼의 올 시즌을 전망한다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다. 커쇼 레벨의 투수는 실전에서의 피칭을 보고 난 뒤 평가해도 늦지 않다. 커쇼의 2014시즌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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