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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호들갑' 원자력법, 원포인트 국회될까


입력 2014.03.18 15:27 수정 2014.03.18 15:33        조성완 기자

새누리 20일 임시국회 소집요구, 민주 "기초노령연금법 동시 일괄처리"

강창희 국회의장이 지난 17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를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

이름조차 낯선 법안 하나가 3월 국회를 뒤늦게 달구고 있다. 심지어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다른 법안과 연계해서 이것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어서 참으로 유감(18일, 국무회의)”이라고 표명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 17일 직접 국회를 방문, 해당 법안의 처리를 요청했다. 강창희 국회의장도 이날부터 시작되는 아시아 4개국 순방 일정 자체를 취소하고,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오는 20일 원포인트 임시국회를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박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법안 통과 결과를) 갖고 가야 체면이 서게 된다”, “국격이 달린 문제” 등의 이유로 협조를 당부했지만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최경환 원내대표 외 155명 명의로 오는 20일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야당은 “여론을 동원한 압박(최원식 민주당 의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 그게 도대체 뭐길래?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은 핵 관련 범죄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내용 그 자체로만 보면 특별한 게 아니다.

문제는 지난 2012년 우리 정부 주도하에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3차 회의 전까지 국내법을 개정한 뒤 비준서를 기탁하기로 각국 정상 앞에서 공약했다는 점이다.

즉,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핵테러억제협약 비준서를 유엔사무국에, 핵물질방호협약 비준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해 국제적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데,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선언한 사안으로 국익에 대한 문제”라며 “내용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국제사회에 양해를 구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통과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외국 사람들에게는 코미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격의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여당은 그동안 뭐했을까?

이렇게 중요한 법안이라면 그동안 정부와 여당을 뭘 했을까? 이에 대해 강 의장은 전날 “나도 전혀 몰랐고 2월 임시국회 때 시급한 법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언론 보도 후에 이 난리가 났다”며 “정부가 소홀히 대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 2012년 8월 22일이다. 그 이후 박근혜정부가 들어섰지만 지난 1년여간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 통과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18개월가량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던 법안이 박 대통령의 출국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2013년 정기국회를 앞두고 126개 중점처리 법안을 선정했지만, 개정안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기초연금법 처리를 위한 여야간 협상은 이어졌지만 개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적은 없었다.

2월 국회 막바지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가 노사 동수의 편성위 구성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에 잠정합의하면서 112건의 밀린 법안은 일괄 처리하기로 했고, 그 중 개정안이 포함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지난달 27일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새누리당이 갑자기 불참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방송법 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고, 결국 미방위는 파행됐다. 개정안 처리도 자연스레 물 건너갔다.

새누리당은 2월 임시국회 당시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이 두 차례에 걸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방위 야당 간사 등을 만나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단독 원포인트 국회 소집했지만 통과될 수 있을까?

최후의 수단으로 새누리당이 원포인트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여야 입장차가 ‘진실 공방’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최 원내대표는 “(개정안 처리에) 소홀히 대처하지 않았다. 내가 과정을 쭉 알고 있기에 여러 차례 법안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협상 과정에 있었던 구체적인 내용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 공개 안하겠지만 충분히 문제제기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미방위 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도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나 여당이 한 2년 동안 노력해왔다”면서 “그 결과로 국회에 제출돼서 우리가 통과시킨 이 법안 중에 상당부분은 야당이 제출한 법안이다. 정부가 노력하지 않았으면 야당이 이런 법안까지 제출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민주당은 현재 핵안보 외교와는 상관없는 방송법과 연계하여 일괄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핵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우리나라가 제안했던 협약을 정작 스스로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제사회에 행동하기를 촉구한다면 이는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이 국익을 위한 문제에까지 발목을 잡는다면 이는 그토록 부르짖는 새정치가 아니라 구태한 흥정정치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께서는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할 의향은 없는지 공개 질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정부는 엉뚱한 책임전가와 호들갑으로 자신의 무능함을 스스로 광고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이 개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의 사정을 고려해서 법안 처리에 대한 협조의 의사를 밝히면서, 차제의 시급한 민생과 현안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는 원샷·원포인트 국회 소집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며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과 방송법,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의 동시일괄처리를 요구했다.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도 “올 초에 여야가 협상을 할 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측에 이야기도 하고 그런 여지를 비췄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면서 “우리 원내대표단이 쭉 살펴보니까 그렇게 중요성에 비해 적극적인 협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국가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점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격이 달린 문제(최 원내대표)”라며 처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원래 2012년 서울정상 선언문에서도 오는 2014년 말까지 세계적으로 발효하게 하자고 했다”며 굳이 이번에 처리를 하지 않아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2년 당시 서울정상 선언문에는 ‘2005년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의 국내적인 승인 절차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통해 동 개정 협약이 2014년까지 발효되기를 추구한다’고 표기돼 있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53개국 가운데도 두 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이다. 차기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인 미국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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