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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핵무기 없는 세상, 한반도서 시작돼야"


입력 2014.03.24 23:56 수정 2014.03.25 00:01        김지영 기자

<핵안보정상회의 선도연설>"핵안보 강화해야"

원자력법 국회 처리 불발로 관련 내용 생략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선도연설을 하는 모습이 대형 화면을 통해 메인 프레스센터에 중계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하고, 그래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NSS) 개회식에서 전임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선도연설을 맡은 박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안보를 핵비확산, 핵군축, 그리고 핵안전과 함께 강화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회의 개막공연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의 개회연설에 이어 약 9분 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각국 정상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북한의 핵물질 테러집단에 이전되면 세계평화에 큰 문제 될 것”

먼저 박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루마니아 등 10여개 국가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자발적으로 핵물질 방호체계를 점검받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개년 핵물질 방호 이니셔티브(4-Year Lockdown)‘에 따라 지난 4년 간 핵무기 120여개 분량에 달하는 핵물질이 제거된 점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더욱 안전한 지구촌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낙관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러한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핵테러의 위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면서 “어느 국가도 핵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핵테러는 한번 발생하면 범세계적 재앙이 된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테러집단들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획득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3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유사한 재앙이 테러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핵안보를 위협하는 핵확산도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지금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과 UN 안보보장이사회 결의 등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만약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집단에 이전된다면 세계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근 국제 전문연구기관에서 발표한 바 있듯이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라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비확산, 핵안보, 핵안전 등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인 만큼,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테러 위협 대응, 국제 핵안보 체제 발전 위한 4개항 제안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핵안보, 핵군축, 핵비확산에 대한 통합적 접근 △핵안보에 대한 지역협의 메커니즘 모색 △핵안보 관련 국가들 간 역량 격차 해소 △원전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대응방안을 강구 등 4개항을 제안(4-point proposal)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말 완료한 핵무기 물질을 핵연료로 전환하는 사업을 통해 이미 이러한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핵탄두를 해체해서 나온 핵무기 2만개에 해당하는 고농축우라늄이 도시를 밝히는 전기로 전환됐는데, 이것이야말로 무기를 쟁기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 국제사회는 현존하는 위험 핵물질을 제거하는 것에 더해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도록 하는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의 체결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현재 동북아 지역에는 전 세계 원전의 약 23%가 있다”면서 “이처럼 원전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핵안보 지역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원전시설에 대한 방호는 물론 국가 간 신뢰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나라들이 튼튼한 안보망을 갖고 있어도 어느 한 나라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전체가 불안해질 것”이라며 “그래서 국가 간 역량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기술, 경험 그리고 최적의 관행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중심이 돼 방어지침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는 방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작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와 같은 장을 통해 사이버 안보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진전시켜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비전의 실현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번 헤이그 정상회의를 통해 인류의 삶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우리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야당 반대로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 불발…박 대통령, 52개국 정상 앞 체면 구겨

한편, 박 대통령이 국회에 처리를 촉구했던 ‘원자력방호방재법(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끝내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민주당 측이 방송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청와대는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처리됐을 경우와 처리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 두 장의 연설문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 간 막판 합의가 불발됨에 따라 박 대통령은 원자력방호방재법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연설문을 낭독해야 했다.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의 3분의 1이 아직까지 원자력방호방재법을 처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 처리 무산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2차 회의 의장국으로서, 핵테러억제협약과 핵물질방호협약에 대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관련 국내법을 처리하려 했던 박 대통령은 52개 회원국 정상들 앞에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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