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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PSG 탈락, 통하지 않는 오일머니 ‘왜?’


입력 2014.04.09 11:18 수정 2014.04.10 09:5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PSG, 첼시에 패하며 2년 연속 8강 머물러

단기간 내 전력 급상승, 조직력에 큰 약점

맨시티와 PSG는 '오일머니'를 등에 업었지만 유럽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오일머니’ 파리생제르망(이하 PSG)이 마지막 3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PSG는 9일(이하 한국시각),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8강 원정 2차전에서 교체 투입된 안드레 쉬얼레와 뎀바 바에게 연속골을 내줘 0-2 패했다.

이로써 지난 홈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뒀던 PSG는 1~2차전 합계 3-3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의해 탈락의 고배를 들고 말았다. 당시 1차전에서 PSG는 에당 아자르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줬다.

PSG의 8강 탈락과 더불어 또 다른 오일머니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16강 탈락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즉, 돈으로 강팀을 만들 수 있지만 성적까지는 살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맨시티는 지난 2008년 UAE 왕가의 석유 재벌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 구단을 인수하며 일약 세계 최고의 자금력을 보유하게 됐다. ‘진정한 부’라는 짧은 말을 남긴 만수르 구단주는 아낌없는 투자를 약속했고, 그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맨시티는 당시 레알 마드리드서 설 자리를 잃은 호비뉴를 약 62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영입한 뒤 그야말로 폭풍 사재기에 나섰다. 만수르 체제 6년차를 맞이한 올 시즌까지 맨시티가 이적시장에 투자한 돈은 1조원이 넘는다.

PSG는 맨시티보다 3년 늦게 거대 자본을 맞아들였다. PSG의 구단주는 카타르의 왕족 셰이흐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로 만수르와 함께 축구계 대표적 큰손으로 통한다.

물론 카타르 국영 투자청을 통해 자금을 대는 알사니 구단주에 비해 만수르 구단주는 언제든 거액의 이적료를 팀에 실어줄 수 있다. 게다가 PSG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인수가 이뤄졌다면, 맨시티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만수르 구단주의 의지가 높게 반영된 팀이다.

PSG 역시 지난 3년간 이적시장에서 맨시티 못지않은 돈을 뿌리고 있다. 2011-12시즌 하비에르 파스토레 영입을 시작으로 이듬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아구 실바, 루카스, 에세키엘 라베치가 파리에 입성했고, 올 시즌에는 에딘손 카바니, 마르퀴뇨스 등 특급 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맨시티-PSG 이적자금 및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두 팀 모두 성적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맨시티는 만수르 구단주가 인수한지 3년 만에 FA컵을 들어 올렸고, 이듬해 감격적인 리그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캐피탈 원 컵 우승을 비롯해 리그에서도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PSG는 2년 차였던 지난해 프랑스리그를 석권했고, 올 시즌도 이변이 없는 한 2년 연속 리그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PSG가 맨시티에 비해 리그에서 압도적인 이유는 역시나 리그 수준 차의 높고 낮음에서 기인한다.

최고의 팀을 기치로 내건 두 팀이지만 공교롭게도 유럽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PSG는 2년 연속 8강에 오르는 등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맨시티는 두 차례나 조별리그서 탈락했고 올 시즌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바르셀로나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맨시티와 PSG가 유럽 무대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 리그 최고의 팀들이 모이는 챔피언스리그는 전력 구성도 중요하지만 팀의 조직력, 경험, 그리고 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 등을 갖춰야 우승이 가능한 무대다.

단 기간 내 전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린 맨시티와 PSG는 아무래도 조직력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영입리스트에 오른 대부분이 한창 몸값 비싼 20대 초중반 선수들이라 큰 경기 경험도 다른 우승후보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는 야야 투레와 이브라히모비치 등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PSG와 첼시의 8강 2차전은 이러한 경험이 그대로 묻어난 경기였다. 첼시는 90분 내내 강력한 조직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였고, PSG는 결정적 득점과 실점 장면서 운영 미숙을 드러내고 말았다. 급기야 사령탑 역량 면에서도 경험이 풍부한 조제 무리뉴 감독이 로랑 블랑을 압도했다.

앞으로도 맨시티와 PSG는 특급 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유럽 제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좋은 예가 첼시다. 2003년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한 첼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이적자금을 뿌리며 선수 영입에 나섰지만 빅이어를 들어올리기까지 무려 9년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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