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희망고문 맨유…뮌헨의 가혹한 단죄
일방적으로 밀리다 에브라 선취골로 잠시나마 희망
동점골 얻어맞은 뒤 모예스 감독이 오히려 더 당황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올 시즌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처참했는지 총 정리된 경기였다.
맨유는 10일(이하 한국시각), 풋볼 아레나 뮌헨(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원정 2차전에서 파트리스 에브라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1-3 역전패했다.
이로써 1~2차전 합계 2-4로 밀린 맨유는 탈락이 확정됐다. 반면, 지난 시즌 우승팀인 뮌헨은 최근 5년간 무려 4번이나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만약 4강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3년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도 함께 올리게 된다.
알렉스 퍼거슨에서 데이비드 모예스로 수장이 바뀐 맨유는 시즌 내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잉글랜드 축구 최다 우승이자 최초의 20회 우승이라는 영광은 불과 1년 만에 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몰락한 맨유를 뮌헨이 ‘유럽 챔피언’의 자격으로 마치 단죄하듯 거세게 몰아세웠다.
강팀에게 약하고, 약팀에게도 약했던 맨유는 이변이 없는 한 4위권 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EPL 출범 후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린 적 없던 맨유에게는 어색한 추락이 아닐 수 없다. 또한 4위 진입 실패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맨유에게 마지막 희망은 현재 진행 중이던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 다음 시즌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지난 16강에서 올림피아코스를 극적으로 꺾고 8강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맨유 팬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하필 디펜딩 챔피언 뮌헨이었다. 일방적인 열세가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홈 1차전에서 1-1로 비기며 ‘클래스’는 여전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게다가 뮌헨식 티키타카는 아직 완전치 않은 모습이었고, 상대 핵심 전력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퇴장으로 내쫓는 호재까지 생겼다.
그러나 뮌헨 원정의 90분은 고문과도 같았다.
63%-37%의 볼 점유율이 말해주듯 맨유는 볼을 잡을 기회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반에는 68%-32%로 벌어져 아예 하프라인을 넘지 못하는 굴욕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후반 들어 에브라의 선취골이 터지며 잠시나마 희망을 엿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뮌헨은 보란 듯이 3골을 터뜨리며 맨유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버리고 말았다. 특히 아르연 로번의 개인기에 허둥지둥 거리던 맨유 수비수들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맨유 몰락의 근본적인 원인인 모예스 감독도 이번 2차전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사실 모예스 감독이 원정경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수비벽을 단단하게 쌓은 뒤 역습으로 맞서는 길이 유일했다.
에브라 골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모예스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경기 양상에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분 만에 만주키치로부터 동점골을 얻어맞자 당황한 쪽은 선수들이 아닌 모예스 감독이었다.
이후 전반과 같은 일방적인 경기흐름이 전개됐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도 교체 카드를 사용했어야 했지만 모예스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토마스 뮐러에게 역전골을 내준 뒤 그제야 치차리토를 투입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경기 내내 부진한 웨인 루니를 그대로 방치해둔 조치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빅클럽 감독이라면 예상치 못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축구계 정설이다. 맨유 지휘봉을 오랫동안 잡았던 퍼거슨 감독이 그러했고, 첼시의 무리뉴 감독도 PSG와의 8강 2차전에서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을 과시했다. 과연 모예스 감독이 ‘선택된 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릴지 맨유팬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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