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업은 조전혁 vs 유시민 잡은 이재정 '강대강'
경기 교육감 대결 점입가경…보수진영 후보단일화가 관건
경기도교육감 후보들이 자신의 색채를 드러내는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마다 보수-진보 ‘대표주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책차별화는 물론, 인물구도에 있어서도 각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들과 손을 맞잡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관여가 금지되고, 정당 기호도 부여되지 않는다. 정파가 아닌 좌우 대립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정책과 인물 등에 있어서 확실한 색을 가지는 것이 후보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유권자들의 혼란을 막고 정책과 이미지를 부각해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주요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조전혁은 김동길, 이재정은 유시민 '좌우지간 경쟁이다!'
보수진영 후보인 조전혁 명지대 교수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선대위 고문으로 영입해 자신이 ‘보수진영 대표후보’라는 점을 부각했다. 대표적 보수인사인 김 교수는 “조 교수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학생들에 전파하는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며 “경기도 교육감에 출마한 후보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후보”라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 조 후보는 “전교조의 힘이 가장 센 경기도에서 교육을 바꿔보려 나왔다”며 연일 전교조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교조 대 반전교조’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후보인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친노(노무현)’인사들로 구성된 국민참여당에서 유 전 장관과 함께 호흡을 맞췄고, 통합진보당으로 통합 된 이후 당고문을 맡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경기 고양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 2010년에는 국민참여당 후보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등 경기지역 사정에 밝다. ‘친노의 부활’에 진보진영 표심이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인 출신인 조 교수와 이 전 장관은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우회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후보 단일화 논의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선거 기획통’으로 불리는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직접 관여하지 못하지만, 교육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특성상 물밑에선 후보와 정당이 얽혀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원하는 후보로 각각 단일화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즉, 보수진영 후보는 새누리당이, 진보진영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주도적으로 교통정리하는 셈이다.
진보 '단일후보', 보수 '다자 후보'?…'후보난립' 보수 패배 재연 우려
선거의 승패를 가를 ‘후보 단일화 논의’에는 진보진영에 파란불이, 보수진영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우선 보수진영은 예비후보 8인이 '조전혁 대 7인후보'구도로 갈등을 빚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보수성향 예비후보 7인은 ‘반(反) 조전혁’ 연대를 구축해 조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동시에 자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강관희 경기도의회 교육위원과 권진수 전 인천교육감권한대행, 김광래 경기도의회 교육위원, 김창영 전 안남고 교사, 박용우 전 송탄제일중학교 교사, 석호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등 7명의 예비후보들은 “조 교수가 참여하는 단일화에는 참여하지 않고, 7명만으로 단일후보를 선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보수진영에서는 조 교수와 ‘마이너 단일후보’가 동시에 나서게 된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조 교수와의 2차 단일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다자후보구도’가 보수진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양측 간 협의과정을 거쳐 최종단일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조 교수는 “내가 유력한 후보라는 걸 인정하는 훈장으로 알고 열심히 뛰겠다”면서도 최종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해 권오일 전 에바다 학교 교장과 이재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 최창의 경기도의회 교육의원 등 4명의 예비후보들은 18~19일 여론조사와 20일 시민참여단 투표를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시민추진위원회가 진행하는 단일화 과정에 참여해 파열음 없이 단일화를 진행하며 흥행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참여단 투표 신청에는 20여만명이 몰렸다. 시민참여단투표와 여론조사에 앞서 16일에는 정책토론회도 진행한다. 결과는 21일 오전 10시 30분에 발표된다.
어느 쪽이든 단일후보를 내지 못하면 표분산으로 인한 패배의 위험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앞서 보수진영은 2009년과 2010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다자 후보가 나서면서 보수표가 나뉜 반면, 진보진영은 두 번 모두 김상곤 후보로 단일화를 하면서 승리를 거뒀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진다’는 게 교육감선거의 정설이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번에도 단일화하지 못하고 과거 패배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보수후보 7인이 조 교수를 공개 비판하고 배제하면서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누군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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