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먼저 탈출한 선원들, 철저히 조사해 엄벌할 것"
세월호 침몰현장 방문 후 진도실내체육관 찾아 실종자 가족들 위로
"오늘 한 약속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언들에 대해 “이번에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고, 또 원인규명도 확실하게 할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 중인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이 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방금 전 구조현장을 다녀왔는데,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잠수요원이라든가 이런 곳에서도 계속 시도를 하면서, 날씨가 지금 좋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모든 분들에게 부탁을 했고, 지금도 계속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금 상황이 그래도 어쨌든 지금 애타는 가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면서 “또 현장의 해경이라든가 해군에서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전부 그런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가족 여러분에게 확실하게 말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가족 분들에게는 정부가 최대한 가능한 모든 지원과 편의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울러서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서 철저한 조사와 또 원인 규명을 해가지고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종자 가족들 "왜 거짓말하나", "우리 아들 살려내" 항의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사후조치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박 대통령의 체육관에 입장할 때 가족들은 “우리 아들 살려내”, “여기를 어디라고 와. 여기 오지 말고 거기(현장)에서 지휘하라고”라고 소리쳤다. 일부 가족들은 “우리 조카 좀 살려주세요”, “2학년 3반 정예진 살려주세요. 어제 빠졌어요. 그런데 오늘까지...”, “구조 작업 좀 빨리 좀 펼쳐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어두운 표정으로 “네”, “네”라고 짧게 답했다.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가족들은 구조 당국의 미흡한 조치들을 지적했다.
한 가족이 상황실에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토로하자 박 대통령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구조 상황과 수색 장면을 실시간으로 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설을 조속히 마련토록 지시했다.
구조 인력 현황과 관련해서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잠수사 500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한명도 투입 안했잖아”,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그분들도 만났다. 구조 현장에서 천안함 구조를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경험도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얘기를 현장에서 만나서 들었다”며 “ 천안함에서 구조를 했던 분들도 여기 와있다. 그 분들이 한 200여 명 와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가족들이 구조 현황과 향후 대책을 묻자 박 대통령은 현장 상황과 선박 인양 계획, 장비 투입 현황 등을 영상 스크린을 설치해 가족들에게 상세히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관계자들에게 “모든 것을 자세히 알려주고, 또 현장에서도 아주 모든 각오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족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다만 에어 콤프레셔를 활용해 선체에 공기를 주입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족들의 항의가 극에 달했다.
김 청장이 “공기를 집어넣으려면 기본적으로 진입로가 확보가 돼야 한다”고 답하자 한 가족은 “이틀 동안 그 작업만 하느냐”고 항의했다. 다른 가족은 “윗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가족은 “정부 관계자 중에 책임 있는 분을 대표로 여기에 상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것도 좋겠다. 책임을 지고 현장에 대해 즉각 알 수 있는 사람이 아예 배치가 돼서 계속 연락을 하고, 현장도 설명하고, 가족 분들이 요청하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거치지 말고 즉각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이라고 답했고, 김 청장은 “나도 언제라도 달려와서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약속 안 지켜지면 모두 물러나야"…실종자 가족 "떠나지 말라"
박 대통령은 자리를 떠나면서 “여러분들이 말한 것들이 전부 시행이 되도록 지시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사회자가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 듣도록 하겠다”고 하자 일부 가족들은 “가면 안 된다. 떠나고 나면 그대로다”라고 호소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가족은 “우리가 하도 속았다. 너무 많이 속았다. 내 핸드폰 번호를 가져가서 전화해라. 그래서 잠들기 전에 오늘 한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 물어봐달라”고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전화번호를 달라”며 “내가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올 때에는 가족들이 “살려달라. 가지 말라”고 절규했다. 단상 바로 앞에 앉아있던 권모 양(6)도 “가지마”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앞서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과 질의응답 중 권양을 안고 있던 여성이 “여기 6살짜리 아이가 혼자 살았는데 엄마, 아빠는 없다”고 말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권양은 지난 16일 승객들에 의해 구출됐으나, 부모와 한 살 터울 오빠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 대통령은 체육관을 떠나며 권양에게 다가가 침통한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체육관 방문에 앞서 침몰 사고가 발생했던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20㎞ 해상을 찾았다. 전용기편으로 광주 인근의 군사공항에 도착해 차량으로 진도까지 이동한 박 대통령은 곧바로 해경정에 승선해 바다로 나갔다. 이후 박 대통령은 해경 경비함정으로 옮겨 타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해경과 잠수부들의 상황 보고를 들은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됐는데 구조가 더뎌서 걱정이 많다. 얼마나 가족이 애가 타겠느냐”며 “어렵고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 구조요원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바다라서 날씨도 쌀쌀하고 물속은 더 추운 것 아니겠느냐”며 “생존자가 있다면 1분 1초가 급하다. 한시가 급한데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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