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선 내려앉은 환율…수출 증가 찬물 끼얹나
"원·달러 환율 추락,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을 더욱 끌어내릴 가능성 높아"
최근 1030원 대로 추락한 원·달러 환율로 인해 국내 경기 회복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제금융 위기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가 한 자리로 줄어든 상황에서 원고(高)는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을 더욱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올해 처음으로 1040원 선이 무너지면서 1030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과 17일 다시 1040원 선을 회복한 바 있지만 18일 다시 원·달러 환율이 1030원대로 재진입, 21일 현재 환율은 1030원 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원고(高) 현상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악화시켜 우리나라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년대비 상품 수출증가율의 경우, 국제금융위기 이후 2010년 1분기부터 줄곧 높은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4분기까지 우리나라의 상품수출 증가율은 최저 19.4%에서 최고 37.2%를 기록하는 등 두 자리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 1분기에 접어들면서 상품수출 증가율은 7.8%로 급락했고, 2013년 1분기에 들어서는 1.9%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해 4분기에도 상품수출 증가율은 2.3%에 불과했다. 올해 2월 상품수출 증가율도 7%대 한자리수를 기록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의 추락은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을 더욱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출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지만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출 증가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도 4%가량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적정환율은 1120~1140원 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난해 3분기부터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는 GDP 대비 6%의 경상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원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국제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가운데 제조업을 하는 기업들의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066.4원이다. 올해 1분기 평균 환율이 1069.1원을 기록, 손익분기점을 넘나드는 등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분기에 접어들면서 1040원 대가 붕괴되는 등 원·달러 환율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경련에 따르면 펄프·종이·가구(손익분기 환율 1105원), 식품(손익분기 환율 1091원), 기계·전기장비(손익분기 환율 1088원), 석유화학(손익분기 환율 1081원) 등 업체들은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최근 들어 급락했지만 지난해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리스크에 내성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곽동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수출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대비를 많이 하고 있다. 다만 엔화나 위안화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가 문제"라면서 "그동안 원달러 환율은 완만하게 떨어져왔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