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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좌우 칼날’ 프로야구 감독, 선망의 대상 아니다


입력 2014.04.26 10:32 수정 2014.04.26 10:35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과거 엄청난 명예와 대중적 영향력으로 ‘선택받은 자’로 선망

프런트 압박과 선수 장악도 어려워..팬들 포화는 최대 부담

김기태 감독의 사퇴는 현직 프로야구 감독들의 불안한 입지와 권한 크기와 맞물려 더 눈길을 모은다. ⓒ 연합뉴스

LG트윈스 김기태 감독의 사퇴는 야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꼴찌로 추락한 성적도 분명 문제지만 이제 불과 개막한 지 20경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무엇보다 김기태 감독은 LG에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선물한 주인공이다. 선수단내에서 신망도 매우 두터웠다. 올 시즌 프로야구 9개 구단 감독 중 가장 먼저 지휘봉을 내려놓는 인물이 김기태 감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LG는 감독들의 무덤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2002년 김성근 감독 이후 수많은 감독들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는 사태가 반복되면서 성적도 추락했다. 11년 만에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고도 김기태 감독의 사퇴한 것은 또 한 번의 감독 잔혹사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LG 구단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사퇴는 현직 프로야구 감독들의 불안한 입지와 권한 크기와 맞물려 더 눈길을 모은다. 프로야구 감독은 그간 사회적으로 선망의 직업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선택된 9명에게만 허락한 특별한 자리고, 엄청난 명예와 대중적 영향력이 따른다는 점에서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로야구 감독들은 더 이상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위로는 구단 고위층과 프런트의 압박, 아래로는 개성 강한 신세대 선수들을 장악하느라 새우등 신세가 되기 일쑤다. 더구나 성적이나 내용이 조금만 떨어져도 높아진 눈높이의 야구팬들과 여론의 칼날 같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과거에는 '감독은 성적으로 책임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명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2010년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은 소속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고도 계약을 4년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반납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은 소속팀을 세 번이나 정상에 올려놓고도 2011년 SK 구단과 재계약 문제를 둘러싼 불화 끝에 경질됐다. 지난해도 김진욱 두산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에도 시즌 종료 후 경질됐다.

계약기간과 임기보장은 프로야구 감독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는 성적뿐 아니라 구단과의 관계나 여론 등 다양한 요소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요즘 감독들의 운명이다. 이는 한편으로 감독이 모든 것을 관리-책임지는 시대가 저물고, 프런트의 권한이 득세하는 최근 야구계의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하다.

김 감독의 사퇴가 끝이 아니라 올 시즌 이후 벌어진 대규모 감독 대란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만수(SK) 선동렬(KIA) 김응용(한화) 감독 등은 올 시즌을 끝으로 소속팀의 계약이 만료된다. 계약기간이 비교적 여유 있는 감독들도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지난해 4강 진출에 실패한 김시진 롯데 감독 역시 올 시즌 성적에 따라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계약기간이 더 이상 감독 자리의 안전장치가 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다양한 관계와 요구를 감당해야하는 프로 감독들의 어깨는 날로 무거워지고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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