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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해경, 해경의 선장은 지금?


입력 2014.05.05 08:59 수정 2014.05.05 09:03        이슬기 기자

정부조직 개편 잦아 '주도권 싸움', 해수부의 해경 장악력 저하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3일째인 지난 28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서망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최초 출동 및 구조를 실시한 목포해경 김경일 정장(왼쪽 첫번째)을 비롯한 해경들이 세월호 침몰시 구조 활동 당시 상황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참사 20일째, 침몰하는 해경의 ‘선장’이 보이지 않는다.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 해양수산부, 해경, 안전행정부는 물론이고 해군과 청와대까지 이번 사고와 관련된 정부부처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 팔 다리가 따로 움직였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관진 국방장관을 향해 “국방부 공식답변에 따르면, 해경이 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해군의 현장 접근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해군을 비롯해 전 군을 통솔하는 김 장관의 답은 “보고를 못 받았다”였다.

계속되는 질문 공세에 김 장관은 “문서 자체를 보고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답변을 못 한다”며 해군측 손차수 구조부장에게 답변을 넘겨버렸다.

최종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도 책임 떠넘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작년 8월 안행부가 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국무총리와 안행부장관이 재난 업무에 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명시돼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대놓고 발을 뺀 셈이다.

결국 초동대응부터 무능한 민낯이 드러난 해경에게 각 부처의 책임까지 과적됐다. 해경의 침몰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우선 침몰 당시 해상사고에 대비한 해경의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신속한 인명 구조를 위해 사고 선박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하지만 당시 해경은 ‘선박 구조를 잘 아는’ 선장과 선원들을 먼저 구조했다. 승객 여부 확인이 필수인 해당 매뉴얼은 전혀 지키지 않은 채 현장에서 빠져나가도록 도운 것이다.

게다가 구조 전문 인력은커녕 구조용으로 특화된 장비조차 갖추고 있지 않았다. 실제 해경 경무관급 이상인 14명의 간부 중 경비함 함장 출신은 아무도 없다. 구조·수색 경험조차 없는 고시 출신들이 지휘부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해수부, 잦은 정부조직 개편 과정서 ‘주도권 싸움’…장악력 잃어

어느 한 곳도 해경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 그렇다면 우리 해역의 수장은 어디일까.

통상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해수부가 해역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특히 해경의 경우, 해수부 조직도에 따라 해수부의 ‘외청’으로 존재한다. 조직도상으로는 해수부 산하 기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권을 가진 독립기관이다.

해수부의 해경 조직 장악력이 약해진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이유로 해수부를 해체하면서부터다.

참여정부 당시 해경은 해양수산부의 외청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수부는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으로 찢어졌고 해경은 국토교통부 산하로 분류됐다.

곧이어 박근혜정부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 5년 만에 해수부를 부활시켰고 해경은 다시 해수부의 독립 외청이 됐다. 이 과정에서 산하기관인 해경과 해수부의 관계가 애매해졌다. 소위 역할 나눠먹기로 주도권 싸움을 벌인 것.

여기에 각 분야의 책임자도 자주 바뀌면서 업무의 정확한 분담이나 인수인계가 흐지부지됐다. 이렇게 해수부는 해경을 장악하는 힘을 잃어버렸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한 핵심 당직자는 최근 세모그룹 근무경력이 밝혀져 경질된 이용욱 전 해경청 정보수사국장의 일화를 언급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당일 현장에 내려갔더니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그 국장이 함께 있더라”면서 “주무부처의 장관이 그 국장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데 하나도 말을 안 듣고 건성으로 넘기더라. 장관이 말하는데 국장이 전화도 끊지 않고 대답도 잘 안 해서 놀랐다”고 귀띔했다.

정부의 이 같은 각자도생 체계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터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늦게나마 차제에 해경과 해군 등의 매뉴얼을 총괄할 수 있도록 통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매뉴얼”이라며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관할다툼이 있었고 심지어 자원해서 온 민간잠수사까지 막을 정도였다. 해경이 지휘부, 관할 등에만 국한돼 영역 싸움을 하다가 엄청난 재난을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어 “재난에 대해 ‘방어 상태’로만 국한 돼 있었다. 합동 지휘부가 즉시 형성이 돼야 되는데 해경에만 이 문제를 국한한 것”이라며 “사고 시 그 규모나 상황을 일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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