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뛰어 넘은 유부녀와 청년의 멜로
재벌가 비틀기 호평 속 결국 불륜 지적
40대 커리어우먼과 20대 천재피아니스트의 사랑을 그린 ‘밀회’가 세간의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으로, 혹은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드엔딩으로 그려질 수도 있는 열린 결말이었다.
불륜 조장, 불륜 미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한 JTBC 월화드라마 오혜원(김희애)의 마지막 선택은 ‘사랑’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시선에는 ‘사랑’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는 ‘막장의 끝’이었다.
13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그동안 이어왔던 아슬아슬 위험한 사랑의 결말이 그려졌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은 오혜원이 순수한 사랑을 했던 이선재(유아인)를 선택하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김인겸(장현성)과 손을 잡고 서씨 일가의 주도권 다툼에서 세를 굳히는데 성공한 오혜원은 그러나 결국 이선재와 5중주 친구들의 순수한 연주회 모습을 보며 돈과 권력, 그리고 누군가의 ‘개’로 사는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검찰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오혜원. 결국 검찰의 수사는 시작됐고, 법정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최후진술에서 오혜원은 "나는 내 자신조차 성공의 도구로 여겼고 나 자신을 학대한 주인공이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 것이다. 어떤 판결이건 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며 그동안의 삶을 내려놨다.
이후 ‘간통’ 죄목 하에 교도소에서 온갖 수모를 겪은 오혜원은 그 모든 것을 ‘죗값’으로 여기며 모든 짐을 내려놨고 이후 시간이 흘러 면회 온 이선재와 재회, 그를 놓아줄 결심을 한다. 하지만 이선재는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같이 살아봐야 하지 않나. 박 터지게 싸우기도 하면서... 좀 예쁘기도 하니까"라며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했다. 그렇게 이들은 앞으로의 사랑 역시 약속했다.
불륜이다 아니다 만큼이나 해피엔딩이다 아니다 여전히 숙제를 남기고 막을 내린 ‘밀회’. 지난 3월 17일 첫 방송부터 '밀회'는 그렇게 단순 불륜극을 떠나 시청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던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의 20살을 뛰어넘는 사랑에서 출발한 ‘밀회’는 시작과 동시에 ‘불륜’의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러나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PD는 이들을 불륜을 ‘음악적 교감’으로 우아하게 포장했고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여전히 뜨거웠다.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멜로드라마라는 평과 고급 불륜극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소재부터 파격적이었고 은밀한 피아노 협주신과 카메라 앵글과 숨소리만 가득했던 베드신, 그리고 아슬아슬한 경계를 달리던 은밀한 관계까지. 절묘한 멜로 호흡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는 평 속에서 일각에서는 ‘불편했던 드라마’라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런 줄타기식 멜로가 비교적 성공을 거둔 이유는 김희애와 유아인 그리고 출연진의 연기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2007년 SBS '내 남자의 여자' 이후 또 한 번 불륜 연기에 나선 김희애는 20살 어린 청년과의 밀회, 그리고 마지막 감옥신에서 까지 삶을 내려놓은 듯, 또 다른 희망을 보는 연기가 빛을 발했다.
서비스 배달원이자 천재 피아니스트로 분한 유아인 역시 자신의 능력을 미처 알지 못하다 한 여인으로 인해 피아니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내며 ‘물오른 연기’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나이 마흔 넘은 유부녀와 반항아 20살 청년의 파격 멜로는 분명 또 다른 막장극으로 보여질 수도 있고, 그저 불륜극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아주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유아인이 있었고 그의 순수한 모습은 분명 불륜이 아닌 사랑이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결국 김희애와 유아인은 ‘불륜’을 적절히 미화시켰고 ‘사랑’으로 버무렸으며 ‘기다림’으로 불편한 시선들을 잠재웠다. 그렇게 안PD의 기획의도대로 막을 내리게 됐다.
"20대 청년과 40대 여성이 사랑에 빠진다면 사회는 가만두지 않는다. 하지만 오점 없이 살아온 오혜원은 결국 이선재라는 순수한 청년과의 위험한 사랑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영부영 나이를 먹고 적당히 살아가는 우리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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