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첼로티, 명장 무덤에서 피운 '라 데시마' 꽃
레알 마드리드에 12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빅이어 안겨
난제들 하나하나 풀어가면 선수단 지지 이끌어 내 '위업'
레알 마드리드가 원했던 진정한 ‘스페셜 원’은 카를로 안첼로티였다.
무리뉴도 끝내 이루지 못한 ‘라 데시마’ 꿈을 달성한 안첼로티 감독은 명실상부한 역대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레알 마드리드는 25일(한국시각) 포르투갈 에스타디오 다 루스서 킥오프한 AT마드리드와의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0-1 뒤진 후반 종료 직전 라모스의 극적인 헤딩 결승골에 이어 연장 후반에만 베일-마르셀루-호날두가 3골을 터뜨리며 4-1 승리했다.
레알이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등극한 것은 2001-02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12년이라는 세월 동안 무수한 사령탑들이 레알을 거쳐 갔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파비오 카펠로, 베른트 슈스터, 후안데 라모스, 마누엘 페예그리니, 조세 무리뉴 등 유럽무대에서 명성을 떨친 거물급 감독들이 대부분 레알을 떠나야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였다.
안첼로티 감독 전임자는 자타공인 이 시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무리뉴였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은 첼시에서도 전-현직 감독이라는 연결고리로 엮인 바 있다.
천하의 무리뉴 감독도 레알에서는 3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 그쳤다. 더구나 임기 마지막 해에는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며 다소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올라갈 곳이라고는 정상 밖에 없었던 레알에서 안첼로티 감독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 체제의 레알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무리뉴 시절에 비해 선수단 자체에 큰 폭의 변화는 없었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수비와 역습에 치중하던 무리뉴의 철저한 실리지향적 축구에서 벗어나 점유율과 균형을 중시하는 공격축구로 레알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레알 부동의 에이스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유로피언 골든슈를 휩쓸며 득점왕 3관왕에 올랐다. 아스날로 이적한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의 공백은 최고이적료를 기록한 가레스 베일의 합류로 더 나아졌다. 카림 벤제마까지 가세한 'BBC 트리오'는 레알의 막강화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무엇보다 안첼로티 감독의 덕목은 자부심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인화력이었다. 역대 레알 사령탑을 거친 카펠로나 무리뉴 같은 감독들은 자신의 색깔이 지나치게 강해 종종 구단이나 선수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다른 유명 감독들처럼 섣불리 팀을 장악하려들기 보다는 적절한 동기부여와 역할분담을 통해 합리적으로 공존하는 길을 모색했다.
베일과 디 마리아, 디에고 로페스와 카시야스의 공존, 기복을 겪었던 벤제마와 코엔트랑의 부활, 독일 클럽 징크스 탈출, 점유율 축구의 부활 등 전임감독 하에서 풀지 못했던 난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면서 안첼로티 감독은 선수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고, 성적과 내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AC 밀란 시절(2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라섰다.
리버풀 전성기를 이끈 페이즐리 감독과 동률이자 여러 팀에서 3회 우승컵을 거머쥔 것은 안첼로티 감독이 유일하다. 국왕컵(코파델레이)과 함께 올 시즌 레알의 2관왕을 이끈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 첼시, PSG에 이어 가는 곳마다 정상을 놓치지 않는 우승청부사의 면모를 입증했다. 더구나 레알이 다음 시즌에도 여전히 유럽정상권에 충분히 도전할만한 전력을 갖췄음을 감안할 때, 안첼로티 감독의 우승경력은 앞으로도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