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호흡’ 류현진, 퍼펙트게임 날린 균열 시작점
7회까지 사사구-안타 없이 퍼펙트 행진
7회말 타격 때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리듬 깨져
7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던 류현진(27·LA 다저스)이 아쉽게 생애 첫 퍼펙트게임을 놓쳤다.
류현진은 27일(이하 한국시각),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1이닝동안 3피안타 3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따냈다.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투구 수는 95개였고,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66개일 정도로 비율도 훌륭했다. 하지만 뒤 이어 등판한 브라이언 윌슨이 점수를 내주는 바람에 류현진의 실점이 늘어났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3.00에서 3.10로 올라갔다.
이날 등판은 역시나 퍼펙트게임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1회 첫 타자 빌리 해밀턴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류현진은 매 이닝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아웃카운트를 쌓아갔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예리하게 찌른 류현진의 투구에 신시내티 타자들은 속절없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퍼펙트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탈삼진도 7개나 잡아냈다.
수비의 도움도 있었다. 류현진은 4회초, 해밀턴을 3루수 앞 짧은 땅볼로 유도했다. 해밀턴의 빠른 발을 감안하면 내야 안타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3루수 저스틴 터너가 맨손으로 잡은 뒤 그대로 1루로 송구해 해밀턴을 잡아냈다. 터너는 이어 잭 코자트의 강습 타구마저 몸을 날려 잡아내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6회초가 끝나자 다저 스타디움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1965년 샌디 코펙스 이후 49년 만에 다저스의 퍼펙트게임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다름 아닌 7회말 공격 때였다. 다저스는 터너의 볼넷과 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의 인정 2루타를 묶어 1사 2,3루의 득점 찬스를 맞았다. 1-0의 스코어를 감안하면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류현진이 등장했다.
류현진은 쿠에토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격수 실책으로 시즌 첫 타점과 함께 1루를 밟았다. 이후 칼 크로포드의 2루타 때 홈까지 달린 류현진은 득점까지 추가하며 승리 투수의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류현진의 주루플레이는 곧바로 이어진 8회초에서 투구 리듬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첫 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2구째 던진 체인지업이 2루타로 연결되며 퍼펙트게임이 무산된 것. 그러자 류현진은 허탈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다저 스타디움의 홈팬들은 그래도 기립박수로 변치 않는 응원을 이어나갔다.
퍼펙트게임이라는 대기록을 놓친 류현진은 이후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후속 타자 라이언 루드윅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데 이어 크리스 헤이시에게 중견수 플라이를 허용해 이날 경기 첫 실점을 내줬다. 급기야 브라이언 페냐에게마저 안타를 내주자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강판을 지시했다. 퍼펙트게임에서 완봉승, 완투승이 순식간에 무산된 순간이었다.
그래도 의미 있는 이정표는 세웠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와 전날 조시 베켓의 노히트노런을 묶어 17이닝 연속 무피안타라는 팀 내 기록을 작성했다.
사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에서 투수의 타격은 적지 않은 변수를 만들어내곤 한다. 특히 주루 플레이를 격하게 했을 경우 더그아웃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진정시키려는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투수라는 특성상 마운드에서의 호흡과 리듬이 예민할 수밖에 없어 제 페이스를 빨리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퍼펙트게임 또는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선수들을 살펴보면, 투구에 집중하기 위해 사실상 타격을 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로 전날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베켓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이렇다 할 타점 기회도 오지 않았다.
퍼펙트 행진을 벌이던 류현진에게 7회말 타석은 불운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결국 퍼펙트게임은 투수 본인의 능력은 물론 야수들의 도움, 그리고 갖가지 변수까지 투수에게 하늘의 기운이 쏠려야 하는 기록임에 분명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