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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팀엔 '모범 베테랑' 있다


입력 2014.05.27 17:15 수정 2014.05.28 12:27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11연승 삼성, 이승엽-임창용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

NC와 두산에도 이호준-홍성흔 그라운드 안팎에서 귀감

삼성 마무리 임창용. ⓒ 연합뉴스

단체 스포츠에서 '베테랑'이라는 존재는 양면성을 지닌다.

실력과 자기관리, 리더십을 겸비한 베테랑은 구심점이자 귀감이 된다. 감독과 코치가 있다 해도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베테랑의 역할이 크다.

반면 노쇠해 기량이 급격히 쇠퇴하거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하지 못하는 베테랑은 종종 갈등을 일으키고 팀의 변화를 가로막아 퇴물 취급을 받기도 한다. 베테랑의 가치와 역할을 어디까지 존중할 것인지는 모든 팀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올 시즌 프로야구 상위권 팀들의 면면을 보면 공통적으로 팀 분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베테랑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이는 들었어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덕아웃에서는 존재감만으로 후배들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는 모범 베테랑들이다.

최근 파죽의 11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삼성 류중일 감독은 팀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선전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을 제쳐두고 유독 이승엽과 임창용이라는 두 베테랑의 이름을 먼저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이승엽은 현재 타율 0.313(160타수 50안타) 8홈런 30타점 21득점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주에는 타율 0.409(22타수 9안타) 4홈런 9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올 시즌 중심타선의 부담을 벗어나 6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은 찬스마다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해결사 본능을 다시 발휘하고 있다.

타선에 이승엽이 있다면 마운드에는 임창용이 있다. 메이저리그의 꿈을 포기하고 올 시즌 국내로 돌아온 임창용은 현재 2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 중이다.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은 고작 0.67에 불과하고, 피안타율도 0.137로 낮다. 블론 세이브는 단 한 차례. ‘끝판왕’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난 공백을 절묘한 타이밍에 임창용이 메우고 있는 덕에 삼성은 올 시즌 7회까지 리드 시 145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승엽과 임창용을 유독 칭찬하는 이유는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한국야구에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들이면서 후배들에게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배다. 불혹을 바라보는 두 선수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귀감이 될 수밖에 없다.

2위팀 NC 이호준과 3위팀 두산 홍성흔도 노장 파워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각각 소속팀의 주장 역할을 맡고 있는 중심타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호준은 올 시즌 역대 23번째로 1500안타 고지를 돌파했고 현재 타점 부문 공동 3위(38개)에 올라있다. 8타점만 추가하면 한국야구 통산 11번째 1000타점 기록도 돌파한다.

홍성흔은 홈런 2위(11개)를 비롯해 타율 10위(0.349), 타점 8위(34개) 등 타격 전반에 걸쳐 고른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5월에만 0.433의 고타율에 7홈런을 몰아치며 9개 구단 유일의 팀타율 3할대를 자랑하는 두산 핵타선 중심에 당당히 서있다.

이호준과 홍성흔은 FA(자유계약선수)의 표본으로 불릴 만큼 롱런하는 선수들의 모범답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모두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적지 않은 몸값을 기록하며 팀을 옮겼다. 불혹을 바라보는 선수들에게 장기계약은 금물이라는 FA 시장의 속설을 깨고 건재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으로 베테랑의 모범사례라고 할만하다.

더구나 라커룸에서 젊은 선수들을 아우르는 넉넉한 맏형 리더십으로 파이팅과 카리스마에서도 따라올 사람이 없다. 잘 나가는 팀의 감독들이 적어도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알아서 팀을 리드하는 모범적인 베테랑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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