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고급화 전략 '리저브' 어떻길래?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의 깔끔함과 묵직함...특별함 없는 머신과 원두의 고급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서 고급화 전략으로 지난 3월 국내에 론칭한 '리저브'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리저브는 론칭 당시 이석구 대표가 직접 나서 기자간담회를 가질 정도로 스타벅스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커피이다.
리저브를 맛보기 위한 대기 시간도 2시간에 달하고 2개월 만에 교체 예정이었던 리저브 원두도 론칭 3주 만에 모두 소진됐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꾀할 리저브를 맛보기 위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이태원거리점을 찾았다.
이태원은 스타벅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곳이다. 지하철 6호선인 녹사평역에서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는 이태원 거리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3개나 들어와 있다.
그 근처 순청향대병원쪽에 있는 순천향입구점과 캐피탈호텔 맞은편 동빙고점까지 포함하면 이태원 주변에만 스타벅스 매장은 5개나 된다. 반면 스타벅스와 경쟁 관계라 할 수 있는 커피빈은 1개의 매장만 들어와 있을 뿐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스타벅스 100호점과 200호점 모두 이태원에 자리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남다른 이태원 사랑은 한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매일 출근길에 이태원 스타벅스 매장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갔다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러한 스타벅스와 이태원과의 관계로 비춰볼 때 스타벅스가 고급화 전략을 꾀하는데 가장 고려했던 곳 역시 이태원거리점이기도 하다. 스타벅스 리저브 커피 매장은 처음 5곳(이후 부산 해운대달맞이점 추가)으로 시작했고 이태원거리점은 그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제일기획 건너편에 있는 이태원거리점은 건물 디자인 자체부터 비정형의 유리 건물로 심플하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스타벅스 리저브'라는 간판이 보였고 '이국적인', '진귀한', '정교한' 등의 영어 단어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날은 '수마트라 블루 바탁'과 '잠비아 피베리 테라노바 에스테이트' 원두를 맛볼 수 있었다. 가격은 6000~7500원 사이.
스타벅스는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 재배돼 한정된 기간에만 만나 볼 수 있는 고품질의 커피를 '리저브'로 판매하고 있다.
계약 재배를 통해 고품질의 포도를 공급받아 만들어진 와인에 '리저브'를 붙이는 것처럼, 스타벅스는 고품질 커피에 '리저브'를 붙인 것이다.
기존 커피 가격 대비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기존 커피 대비 원두 사용량이 많고 고품질 원두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다만 2시간 대기시간은 좀 과장됐다는 판단이다. 지난 4월에도 리저브를 맛보기 위해 이 매장을 찾았는데 당시는 '1+1 행사'를 진행 중이어서 40여분 기다렸고, 이날은 대기시간 없이 리저브를 바로 맛볼 수 있었다.
리저브를 만드는 머신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클로버'라는 드립 머신은 미국 젊은 엔지니어가 만든 것인데 스타벅스 본사가 2008년도에 인수했다. 현재 클로버 머신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
리저브 만드는 과정은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의 조합처럼 보였다. 또 프렌치프레스가 위에서 압착하는 방식이라면 클로버 머신은 밑에서 아래로 압착하는 방식이다.
즉 분쇄커피를 아래로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위로 밀어주는 방식이다.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 원두를 머신에 붓고 작동시키면 물이 나오며 혼합되는데 이때 약간 휘저어 뜸을 들이면 원두가 아래로 내려가고 필터가 올라간다. 이때 흡입력이 생기며 필터 밑으로 진공상태에서 추출된다.
추출 후에는 커피 찌꺼기만 올라온다. 그럼 커피 찌꺼기를 제거하고 물티슈로 닦고 다음 커피를 만드는 순서이다.
결론은 새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크게 대단한 기술력은 아니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핸드드립의 경우 바리스타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지만, 리저브는 그렇지 않았다. 즉 기계와 원두가 다를 뿐이지 전문 바리스타의 주관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커피 맛은 에스프레소보다 깔끔하고 핸드드립 보다 묵직함이 느껴졌다. 진공방식의 추출방법이기 때문에 깔끔한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었고 커피 오일 또한 추출할 수 있어 묵직함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기존 스타벅스 커피보다 신선한 맛이 느껴졌고 서브를 할 때도 직접 테이블에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전용 머그잔과 쟁반 등으로 차별화를 뒀다.
하지만 소문만큼 그렇게 대단한 맛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전세계에 스타벅스만 커피를 판다고 하면 이런 커피가 의미가 있겠지만, 스타벅스보다 좋은 원두와 커피를 파는 곳은 많다.
스타벅스에서 자랑하는 리저브 원두도 '커피의 맥도날드' 스타벅스에는 대단한 원두일지 모르지만 커피 마니아 사이에는 최고로 치지는 않는다.
리저브와 같은 커피를 맛보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릴 바에는 한적한 동네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고 물을 내리는, 전문 바리스타의 주관이 개입되는 커피 전문점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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