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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팽겨친 자식이 죽자... 서글픈 보험금 수령의 덫


입력 2014.06.11 14:18 수정 2014.10.02 18:04        윤정선 기자

부모의 '의무' 없이는 '권리'도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

최진실법과 반대되는 단원고법 만들어 부모의 상속권 제한해야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의 세월호 희생자 유족은 보험금 절반만 받고 있다. 이혼이나 가출 등으로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도 절반의 보험금을 탈 상속권을 갖기 때문이다. 사진은 어버이날이 하루 지난 세월호 침몰참사 24일째인 지난달 5월9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노란리본과 함께 카네이션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엄마는 엄마 딸의 목숨값을 가져갈 권리가 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이후 죽은 딸 앞으로 보상금이 나오자 12년 전 이혼한 어머니가 나타나 한 말이다. 현재 이들 가족은 딸의 보상금을 두고 법적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도 보험금을 두고 이 같은 사례가 수십 건 발생했다.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에게 보험금을 탈 권리가 있느냐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의 세월호 희생자 유족은 보험금 절반만 받고 있다. 이는 이혼이나 가출 등으로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도 절반의 보험금을 탈 상속권을 갖기 때문이다.

단원고 여행자보험을 접수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녀 양육에 전혀 이바지하지 않았더라도 부모는 상속법에 따라 보험금을 탈 권리를 가진다"며 "세월호 사고에서 한부모 가족 중 보험금 지급 문제로 가압류 신청이 접수된 건수는 20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일 뿐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보험금 지급은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보험사도 어쩔 수 없다"고 대답했다.

천안함 사건이나 대구지하철 참사,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등에서 양육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얌체 부모'가 자녀의 보험금을 타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선 단일 사고 중 역대 최다로 한부모 가족의 보험금 수령을 두고 갈등이 일고 있다.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미혼 상태 성인이나 미성년자는 부모가 상속자다. 세월호 희생자 대부분 미성년자다. 여기에 단원고 학생이 든 여행자보험은 단체보험 특성상 수익자를 정해놓지 않아 대개 부모가 보험금 수익자다.

한부모 가족 중 자녀를 양육한 부모가 나머지 절반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다른 부모의 동의서와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 동의서는 보험금을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상속 시 이혼이나 자녀 양육 여부는 전혀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육비를 한 푼 지급하지 않고 아이 얼굴을 한 번 보지 않고도 부모는 자동으로 보험금을 탈 권리를 갖는 셈이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부모의 '의무'와 '권리' 사이… 제2의 최진실법 필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상속권 문제에 대해 "부모가 이혼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키웠더라도 상속권은 어찌 됐든 부모에게 있다"며 "친권을 미리 신청했거나, 조정신청을 거치지 않는 이상 자녀의 전적인 상속권자는 부모"라고 설명했다.

송명호 이혼전문 변호사는 "이혼한 어머니라도 직계존속으로 법에 따라 상속권이 있다"면서도 "이는 자식을 길러온 아버지의 상속권을 인정하는 법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같은 법률 규정에 근거해 자녀를 홀로 길러온 아버지 상속권과 이혼한 이후 자녀를 돌보지 않은 어머니 상속권이 함께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얻게 되는 법적 권리다.

보험사는 법에 근거해 양육이라는 부모의 의무를 지지 않은 부모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부모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만들어진 법은 부모가 자식을 잘 기르고 이혼했더라도 부모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다고 가정해서 만들었다"며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혼율이 높아지고 양육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인면수심 부모가 있어,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2의 최진실법을 만들어서라도 양육한 부모에게 보험금이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양육 여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제대로 기르지 않고 친권만 행사한 부모에게 모든 보험금이 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실법은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던 부모가 사망했을 때 양육비를 주지 않던 다른 부모에게 재산이 넘어가는 것을 막는 법안이다. 이와 반대로 자녀가 사망했을 때도 제대로 양육하지 않은 부모에게 보험금을 비롯한 상속이 이뤄지지 않도록 막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단원고법'으로 불리는 법안이다.

이명숙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단원고 한부모 가족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해 사망신고도 못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데 다른 부모가 연락도 없이 몰래 보험금을 자기 것처럼 찾아간다"고 했다.

이 부협회장은 이어 "이혼한 부모 중 한 사람이 양육비도 안 주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상속을 제한하거나 못 받게 적절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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