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CEO 수난사, 최수현 "한놈만 두들겨 팬다"?
<기자의 눈>금융감독당국, 금융권 제재조치 전 관리감독 구멍 없는지 우선 살펴봐야
"난 한놈만 팬다" 이 대사는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에서 유호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던 한 불량배가 왜 나만 때리냐는 말에 유호성이 던진 말이다.
최근 금융권의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검사와 징계를 반복하면서 엄정한 처벌을 천명했지만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유독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에게는 너무 모질게 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역대 KB금융 회장들의 수난사를 보자. 김정태, 황영기, 강정원, 어윤대 회장 등이 모두 징계를 당했고 이제 임영록 회장에게까지 징계를 통보했다.
고인이 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후 초대 통합 국민은행장을 맡은 후 2004년 10월 사퇴했다. 국민카드와 은행 합병 과정에서 회계기준 위반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내면에는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원 전 행장과 어윤대 전 회장 역시 징계 조치 전후로 사퇴했다. 차기 KB금융 회장으로 내정 된 강 전 행장은 금융감독원과 마찰을 빚었다. 당시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손실, 이사회 허위보고 등으로 문책상당의 경고를 받았다. 어 전 회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ING생명 인수 무산 후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넨 혐의로 인해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금융당국과 KB금융의 악연일까 아니면 뭔가 당국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기 때문일까 질문을 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KB의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지만 국민연금관리공단이 KB금융의 최대 주주라는 점을 이용해 인사권을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금융권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에 대해 제재를 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단일 제재 대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KB금융은 무더기 징계 대상에 무려 120여명에 이른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국민주택 채권 횡령, 1조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 잇단 금융사고를 반영한 제재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중징계 대상이다. 특히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이 징계 수위의 촉발제 역할이 된 모양새다. 세월호 침몰 등 사회 분위기가 흉흉한데 은행 한 곳이 금융권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괘씸죄도 한 몫 한듯 하다. 업계에서는 두 수장의 중징계 통보가 과하다는 동정론마저 일고 있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비리는 은행의 자체 검사에 적발돼 감독당국에 보고한 사항이다. 자체 검사한 보고 상황으로 징계를 내리게 되면 어느 누가 적극적인 내부 감사를 펼칠까 의문이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며 KB금융의 변화를 주도했지만 징계 사유에 거론 된 사고 뒷수습으로 1년을 허비했다. 감독당국이 임 회장이 KB금융 사장 당시 고객정보관리인이라는 이유로 고객정보 유출 책임론을 들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징계 형평성에 어긋난다.
실제 최고 결제라인은 어윤대 전 회장이었다. 또한 2011년 카드분사 당시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이며 모든 전권을 가지고 있었다.
임 회장, 이 행장 동시 중징계로 인해 KB금융 그룹 전체적인 경영 공백이 걱정이다.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 기업이 되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이 절실한데 두 수장의 빈자리는 경영을 더욱 옥죄게 할 것이다.
자칫 금융감독기구가 민간 금융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끔 비춰질 수 있다.
지난해 이장호 BS금융 전 회장 퇴진으로 관치금융 논란이 확산됐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회장이 장기 집권하면서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징계도 받지 않은 민간 금융회사 CEO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초법적인 월권 행위라며 금융노조와 시민사회 단체의 비난 여론이 거셌다. 이 전 회장의 사퇴로 일단락 됐다.
최근에는 김종준 하나 은행장의 중징계 조치를 내린 후 1년 임기를 놓고 사퇴 압박 논란도 제기됐다.
우리는 보통 잘못을 했다면 벌을 받게 된다. 벌을 주려면 그 사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도쿄지점 부당대출,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등 특별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아직 특별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제재 대상자들은 오는 23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소명의 기회를 갖는다. 그들이 무슨 사유로 징계를 받는지 상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니 죄를 알렸다"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문제점에 대한 책임소재가 누구한테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무작정 중징계 통보를 한다면 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을까. 그 여파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가뜩이나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의 검사에 대해 불만이 팽배해져 있다.
업계의 정황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저인망식 검사는 물론 파견된 검사역들의 전문성까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은 올해 감독업무 방향을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밀착 상시감시 강화를 내세웠다. 현장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제 작동여부 중점 점검과 종합검사체제를 경영실태평가 전문검사와 법규위반, 건전성 관련 검사로 분리하는 등의 획기적인 개선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KB금융의 일련의 사고 뿐만 아니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KT ENS 부실대출 등 금융권 사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감독당국에도 책임이 있다. 사건사고가 터질때 마다 사후약방문 검사에 나서 제재만 가하는 관리감독 체계에 문제가 있다.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는 관치 논란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다. 그러기에 금융감독기구는 피감 기관에 대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
금융산업은 진입장벽에 의해 보호되는 불완전 경쟁 산업인 만큼 언제나 깨지지 않은 양의 지대가 발생한다. 떡고물이나 마찬가지다. 분명 여기에는 책임성,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야 하는 추가 조건이 필요하다.
금융감독당국의 검사업무는 금융권의 건전성 확보 유지, 소비자권익 보호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금융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것이다. 금융권의 허술한 내부통제가 빈번하게 발생됐을때는 엄정한 채찍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채찍을 들었을때 무엇을 위함인지 스스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