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이근호, 남아공 트라우마 날린 한 방
박주영 대신 교체 투입, 경기 흐름 바꾼 선제골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 아픔 말끔히 씻어
2014 브라질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은 '진짜 사나이' 이근호(29·상주 상무)였다.
이근호는 18일 열린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후반 23분 감각적인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값진 승점을 안기는데 기여했다. 러시아 골키퍼 아킨페프의 실수도 있었지만 공격수로서 이근호의 과감한 판단력과 정확한 유효슈팅이 빛을 발했다.
한국은 비슷한 수비 중심의 축구 스타일을 펼치는 러시아를 상대로 전반 내내 공격 전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손흥민과 구자철을 중심으로 2선 공격진의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최전방 원톱으로 배치된 박주영은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서 무능한 모습을 보였고 전반이 끝나자 이미 체력이 고갈됐다.
홍명보 감독은 결국 후반 10분 만에 박주영을 빼고 이근호를 교체카드로 투입했다. 기동력에 약점이 있는데다 무더위로 인해 체력까지 고갈된 러시아를 공략하기 위해 민첩성과 활동량을 겸비한 이근호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다.
이근호의 투입은 흐름을 바꿔놓았다. 이근호의 장점은 득점 감각도 있지만 동료들을 활용할 줄 알고 희생하는 플레이도 빼어나다. 전방에서 흐름이 정체된 한국의 공격은 이근호가 투입되면서 역습이 살아났다.
이근호의 선제골도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이근호는 중앙뿐 아니라 좌우 측면까지 넓은 활동량을 보이며 몸싸움은 물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원톱 공격수로도 손색없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비록 팀은 이근호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불과 6분 만에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근호는 '특급 조커'로서 자기 몫을 다 해냈다. 무엇보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의 한을 풀기에 충분했다.
이근호는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지역 예선까지 부동의 넘버원 공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정작 본선을 앞두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월드컵 개막 직전에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이근호는 브라질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도 최강희호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중용됐지만, 홍명보호 출범 이후에는 해외파들에 밀려 베스트11에서 다소 멀어진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근호는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고, 홍명보 감독은 최전방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근호의 멀티능력과 성실함을 평가해 그를 최종엔트리 명단에 포함시켰다.
어느 자리, 어떤 역할을 맡겨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이근호의 다재다능함은 대표팀에도 큰 경쟁력이다. 이근호는 이날 러시아전처럼 경기 후반 흐름이 풀리지 않을 때 조커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고, 박주영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원톱 공격수로도 기용 가능하다.
알제리-벨기에와의 경기를 남겨둔 홍명보호에 '이근호 카드'가 앞으로도 유용한 옵션으로 쓰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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