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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 아베, 민낯 드러내고 사실상 고노담화 파기?


입력 2014.06.19 15:02 수정 2014.06.20 13:53        김수정 기자

일본, 20일 작성경위 검증 결과 발표 '사문화'에 촉각

호사카 교수 "'정치적 협상' 주장, 각색하려는 억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결국 고노 담화를 사실상 사문화하고 한일 관계를 극단으로 끌고 갈 것인지 우려가 일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과거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의 작성 경위에 관한 검증 결과를 20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검증 결과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 정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그동안 검증 결과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 왔고, 앞서 지난 3월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무라야마·고노담화 계승하겠다’고 밝힌 터라 일본이 이번 검증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단락 짓기기 위해 담화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정도에만 머무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고노담화란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군과 군의 강제성을 인정, 사과한 것을 말한다. 당시 고노 관방장관은 “우리는 이런 역사의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역사의 교훈으로서 직시해 가고 싶다”며 “역사 연구, 역사 교육을 통해, 이런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며, 같은 과오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금 표명한다”고 발언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의 좋은 평판을 받아냈다.

그러나 아베 집권 이후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아베 총리는 물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잇따라 일본 고위관계자들이 고노담화 검증에 의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뒤 실행에 옮긴 일련의 과정을 감안한다면 일본 정부가 이번 검증 결과를 토대로 사실상 ‘고노담화 사문화 시도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지는 양상이다.

더욱이 최근 일부 일본 매체를 통해 고노 담화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의 조율을 통한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 터라 자칫 일본 정부와 우익세력이 이것을 빌미로 고노 담화를 계속 깎아내릴 가능성이 있는 지적도 나온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아베는 집권 이후 초지일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극우적 언행을 서슴지 않아 왔다”면서 “물론 올해 초 국제사회에 비난을 의식한 듯 한차례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입장을 표명해 왔지만 결국 고노담화 검증을 실행에 옮겼다. 사실상 이번 검증은 고노담화를 사문화 시키려는 시도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어 “가령, 일본 우익세력은 검증 과정에서 한국과의 조율이 있었다며 ‘정치적 협상’이라고 각을 세우는데 이는 당시의 합리적 절차를 현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하려는 억지에 불과하다”며 “여성인권을 유린한 극악 범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최대 피해국이었던 한국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빠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14일 교도통신은 일본은 고노담화 검증 과정에서 한국 정부 당국자가 초안의 표현에 대해 몇 군데 수정을 요구했고 일본 측이 이에 응했다는 것을 대화 기록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예를 들면 담화에는 위안부 모집자가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라고 표현돼 있는데, 원래 초안 단계에서는 ‘군의 의향을 전해 받은 업자’라고 썼지만 한국이 ‘의향’을 ‘지시’로 고쳐 쓰도록 요구했고 일본 측이 ‘군이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난색을 보여 ‘요청’이라는 타협안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아베는 이번 검증을 통해 고노담화가 일종의 한일 간 타협안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사실상 고노담화를 흠집 내려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더욱이 당시 검증 과정에서 한국 할머니들의 증언은 있었지만 정작 그들에게 ‘성노예를 지시했다’는 일본 군인들의 증언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되레 한국에 증거를 제시하라고 할 소지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호사카 교수는 “더욱이 아베는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위안부 문제를 이번 검증 결과를 토대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시킬 공산이 크다”면서 “아마 내일(20일) 발표될 검증 결과를 시작으로 고노담화 무력화시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고노담화가 일본의 자체 조사와 판단을 토대로 일본의 입장을 담은발표문이라는 본질적 성격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집권 이후 일본 정부는 줄곧 과거사 문제와 관련, 극우 언행으로 논란을 자초한 뒤 상황에 따라 한발 물러서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결국 계획했던 정책들을 굽히지 않고 실행하고 있다.

이에 호사카 교수는 “일본 정부는 언제든 국내정치용으로든 대외용으로든 독도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항시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번에야 말로 검증된 사료와 증거를 통해 국제사회를 설득시켜 확실히 압박해야 한다. 자국 영토 영역인 독도와 달리 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인권’이라는 보편적 문제인 만큼 국제사회와 공조해 과거사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일 검증팀 5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검증팀의 좌장인 다다키 게이이치(但木敬一) 전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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