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머쓱하게 한 ‘K리거’ 김신욱·이근호 위력
박주영, 2경기 연속 슈팅 제로-조기 교체 굴욕
김신욱·이근호, 침체된 공격에 활기 ‘대조적’
홍명보호 공격수들의 희비가 또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주영(29)은 첫 경기 러시아전에 이어 또 한 번 무색무취한 활약에 그친 반면, 벤치멤버였던 김신욱(26·울산 현대)과 이근호(29·상주 상무)는 후반 교체 투입돼 침체된 한국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맹활약으로 'K리거의 힘'을 보여줬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끌려다닌 한국은 후반 2골(손흥민-구자철)을 만회하며 뜨거운 추격전을 펼쳤지만 뒤집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수비도 문제였지만 공격진의 무능도 뼈아팠다. 한국은 전반 알제리을 상대로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온 박주영은 지난 러시아전에 이어 또다시 '슈팅 제로'의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전반 내내 점유율에서 한국이 밀렸기 때문에 박주영에게 찬스가 많이 돌아갈 수 없던 상황이기도 했지만, 박주영의 움직임 역시 좋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몸싸움에서 번번이 밀렸고 패스는 부정확했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활발하지 않았다. 후반 12분 만에 교체될 때까지 어떤 창조적인 장면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은 후반 박주영이 빠지고 김신욱이 투입되면서 공격의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점수 차와 시간의 압박감에 쫓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결국 김신욱의 머리를 활용한 '뻥축구'였다.
홍명보 감독은 과거 김신욱을 한때 대표팀에서 제외하면서 "선수들이 김신욱만 투입되면 의도적으로 공을 띄우는 상황이 된다. 상대에게 우리 전술을 알려주는 격"이라며 김신욱의 활용도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다급해지자 홍명보 감독도 김신욱 머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알제리를 상대로 '김신욱 카드'는 상상 이상으로 효율적이었다.
알제리는 벨기에전에서도 초반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가다가 190cm의 장신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가 투입된 후 뒤집혔다. 한국 역시 이날 후반 김신욱을 활용한 롱패스를 통한 문전 경합이 그대로 적중했다. 김신욱은 알제리 수비수들과의 헤딩 경합에서 대부분 이겼고, 그의 머리에서 떨어진 공은 동료들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줬다. 알제리 수비수들은 김신욱의 높이를 당해내지 못해 쩔쩔맸다.
구자철의 두 번째 골도 김신욱의 머리에서 비롯됐다. 김신욱이 공중에서 떨궈진 볼이 손흥민에 발에 걸렸으나 빗나간 공을 다시 이근호가 왼쪽 측면에서 짧은 패스로 연결했고 정면에 있던 구자철이 발리슈팅으로 알제리 골문을 갈랐다. 2-4로 추격의 희망을 쏘아올린 값진 골이었다.
이청용과 교체 투입된 이근호는 러시아전 선제골에 이어 알제리전에서도 도움을 추가하며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행진을 이어갔다. 이근호는 특유의 부지런한 활동량과 돌파력으로 후반 체력이 떨어진 알제리의 측면을 위협하는가하면 적극적인 몸싸움과 수비 가담으로 수비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날 극도로 부진했던 '유럽파' 박주영과 이청용과 비교하면, 홍명보호 체제에서 김신욱-이근호같은 K리거들의 투지와 헌신이 더 빛났다. 한국은 박주영과 이청용이 빠진 이후에 공격에게 더 활기를 띠었다. ‘차라리 초반부터 김신욱과 이근호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은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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