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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 택한 알제리에 농락 당한 '의리 사커'


입력 2014.06.23 11:26 수정 2014.06.23 14:50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러시아전과 다른 성격의 알제리전 선수 구성 변화 없어

개인적 선호도에 치우친 발탁과 단조로운 전술도 패인

[한국 알제리] ‘의리사커’의 한계와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패착이 불러온 재앙이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알제리에 충격적 완패를 당하며 16강 좌절 위기에 놓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난조 속에 2-4 완패했다. 1무1패(승점1)를 기록한 한국은 같은 날 벨기에(2승)에 패한 러시아(1무1패)와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H조 꼴찌로 떨어졌다.

이른바 ‘의리사커’의 한계와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패착이 불러온 재앙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1차전에서의 무승부에 만족한 모습을 보이며 러시아전 때의 선수구성과 전술에 비해 전혀 달라진 것 없는 베스트11을 선보였다. 하지만 알제리는 달랐다. 벨기에전에서 1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린 알제리는 독기가 오른 상태였다. 다소 수비에 무게를 뒀던 벨기에전과 달리 이날은 라인업에 공격적인 선수들을 대거 배치, 초반부터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러시아는 한국과 비슷한 수비적 색채를 지닌 데다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와 속도의 정확성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한국 수비가 저지하기 편했다. 그러나 알제리는 개인기와 스피드에서 한 수 위인 데다 투지와 체력, 정교함에서도 모두 한국보다 앞섰다. 예상보다 거센 알제리 공세에 당황한 한국 선수들은 뒤로 물러나 수비에만 급급했고, 이는 도리어 알제리 기세를 더욱 살려주는 상황을 초래했다.

위태위태하던 한국수비는 전반 중반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전반 26분 브라히미의 예리한 침투 패스 하나에 수비 뒷공간이 뚫렸고, 슬리마니가 홍정호-김영권과의 1:2싸움을 이겨내고 드리블 돌파에 이어 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알제리는 불과 2분 뒤 이번엔 코너킥에서 할리체에게 추가골을 헌납했다.

한국 수비는 ‘멘붕’에 빠졌고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전반 38분 알제리의 2:1패스에 중앙 수비가 무너지며 자부의 슈팅으로 세 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무더기 실점을 허용하는 동안 한국은 전반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일방적으로 밀렸다. 모든 점이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 평가전이던 가나전의 재방송을 보는 듯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서야 겨우 경기력이 살아났다. 후반 5분 손흥민(레버쿠젠)의 개인기에 의한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듯했다. 홍명보 감독은 부진하던 박주영과 이청용을 빼고 김신욱과 이근호를 투입하여 공격을 강화했다.

그러나 후반 17분 패스미스에 이어 또 브라히미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았다. 전반 세 번째 실점과 똑같은 2:1 패스에 이어 중앙수비에 구멍이 생겼다. 한국은 김신욱의 헤딩경합과 이근호의 어시스트에 이어 후반 27분 구자철이 한 골을 더 만회했지만 추가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홍명보호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다. 러시아를 1-0으로 꺾은 벨기에가 2승(승점6)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은 1무1패(승점1)로 최종전에서 벨기에를 큰 점수로 이기고, 러시아가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거나 비겨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보다 이름값과 개인적 선호도에 치우친 선수선발의 한계, 경기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단조로운 용병술이 불러온 비극이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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