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와 K리거들 펄펄…홍명보 감독 머쓱
애지중지한 올림픽 멤버 아닌 선수들 활약 두드러져
이근호-김신욱-김승규, 박주영-정성룡 비해 눈부신 활약 찬사
홍명보호의 ‘2014 브라질월드컵’ 여정은 초라한 실패로 끝났다.
그나마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은 것은 과소평가받던 '막내'와 'K리거들'의 분발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애지중지하던 런던올림픽 출신 멤버들을 대거 발탁했다. 하지만 최근 소속팀에서도 주전경쟁에 밀리거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을 다수 발탁해 ‘의리 축구’ 논란을 자초했다.
박주영, 정성룡 등이 그 대상이다. 우려한대로 '홍명보의 아이들'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해 월드컵 실패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나마 이번 월드컵에서 분발한 것은 손흥민과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비올림픽팀 출신 멤버들이다. GK 김승규만이 홍명보 감독이 과거 청소년 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지만 올림픽에는 제외됐던 아픔을 안고 있다.
손흥민은 홍명보호의 유럽파 멤버 중 유일하게 제몫을 다했다.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는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첫 골을 작렬하기도 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과 호쾌한 돌파는 박주영, 구자철, 이청용 등 공격파트너들의 부진 속에 그나마 숨통을 열어줬다.
손흥민은 이번 대표팀의 막내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베스트11로 부상했지만 대표팀에 적응하는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에서 홍명보호는 누구보다 손흥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알제리전 첫 골을 비롯해 홍명보호의 중요한 득점찬스에는 손흥민의 개인능력으로 만들어낸 상황이 많았다. 손흥민은 공격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가 기우는 흐름 속에도 가장 투지가 넘쳤던 것도 손흥민이었다.
홍명보호에서 유독 과소평가 받던 K리거들의 반전도 주목할 만하다. 홍명보호는 역대 대표팀을 통틀어 K리거의 비중이 가장 작았다. 주전급으로 꾸준히 활약한 국내파는 이용과 정성룡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한국의 플레이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 등 K리거였다.
특급조커 이근호는 러시아전 선제골 등 1골 1도움을 올렸다. 현역 육군병장으로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최저연봉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신욱은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위협적인 제공권으로 한국의 추격전을 이끌었고, 3차전에서는 부진한 박주영을 벤치로 밀어내고 선발 출전했다. 비록 골은 없었지만 벨기에 선수들에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공중전을 바탕으로 K리그 득점왕의 자존심을 세웠다.
벨기에전에서 정성룡을 대체한 김승규 선방도 인상적이었다.
첫 월드컵 데뷔전의 중압감이 무색하게 김승규는 개인기가 뛰어난 벨기에 공격수들의 파상공세를 동물적인 순발력으로 여러 차례 선방하며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날렸다. 정성룡 체제에 굳어졌던 대표팀 골문에 나타난 김승규는 4년 뒤를 기약하기에 충분했다.
논란에 귀를 기울이고 진작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했다면 1승도 올리지 못하는 재앙과도 같은 성적은 피했을지 모른다. 저들의 활약과 함께 홍명보 감독의 ‘의리축구’를 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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