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이 한방병원에 떼로 몰려간 이유가...
한방병원 치료비 비싸 보험사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
경미한 사고에도 한방병원 입원해 합의금 높여
"한방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면 보험사 보상직원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조직폭력배까지 동원돼 고의로 차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치료비가 비싼 한방병원에 입원해 보험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경찰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전라도 광주에서 지역 조폭이 개입된 보험사기단이 렌터카를 빌려 보험사기를 벌이다 적발됐다. 이들은 일방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이나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에 고의로 사고를 냈다.
지난 24일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조직폭력배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 일당은 운전이 미숙한 여성운전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최근 전국적으로 조직폭력배까지 동원된 보험사기가 활기를 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범죄 모두 한방병원이 이용됐다.
김춘수 광주경찰청 팀장은 "상대방 과실이 확실한 경우에만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에 보험사는 어쩔 수 없이 합의를 보게 돼 있다"며 "특히 보험사기범은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닌 가벼운 사고에도 아프다며 병원에 드러눕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이번에 적발된 조직폭력배 일당은 병원비가 비싼 한방병원에 입원했다"고 덧붙였다.
한방치료는 양방치료보다 하루 진료비가 1.5배 정도 비싸다. 진료기간도 2배 이상 길다. 여기에 첩약과 물리치료까지 포함하면 치료비가 양방치료보다 최소 2~3배는 불어난다.
보험사기단들이 한방병원을 찾는 이유는 이 같은 가격에 있다. 보험사와 합의 과정에서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한방병원은 일반적으로 치료비가 많이 나온다"며 "이게 보험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보험사는 합의금을 더 주더라도 조기에 합의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병실이 부족한 종합병원은 나이롱환자에게 나가라고 한다"며 "하지만 한방병원은 100% 보험처리 할 수 있는 교통사고 환자 모시기에 바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난 김에 비싼 한약도 먹을 수 있고 평소 아프던 곳에 침도 맞으면서 치료기간을 오래 끌 수 있어 보험사기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 보험사 자동차보험금에서 한방치료비로 지급한 비중은 지난 2009년 4.7% 수준이었다. 해마다 계속 증가해 지난 2012년에는 11.3%까지 올랐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자동차보험의 한방진료비가 40% 인상됐다. 한 첩당 4870원이었던 첩약수가가 6690원으로 뛰었다. 이에 손해보험사가 한방치료비 부담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한방수가 증가로 보험사 부담은 더 커졌다"며 "특히 경미한 사고에도 한방병원을 갔다고 하면 보상직원 사이에선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 한방병원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증가하면서 착한 소비자의 보험금만 오르는 결과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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