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여우’ 알제리 앞 독일도 쩔쩔…한국 1승 제물 아니었다
또 변칙카드 적중, 당황한 독일 90분 내내 고전
연장서 2골 얻어맞았지만, 1골 만회 끈질김까지
독일이 못한 걸까. 알제리가 잘한 걸까.
굳이 따지자면 둘 다 맞다. 독일은 알제리를 쉽게 생각한 반면, 알제리는 져도 본전이라는 자세로 마음을 비우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보여줬다.
독일이 1일(한국시각)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전에서 알제리를 2-1로 격파했다. 119분간 졸전 속에 메수트 외질(25)이 연장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뜨려 독일을 구했다.
독일이 고전한 건 상대적으로 알제리가 잘했기 때문이다. 알제리 할리호지치 감독(62)은 조별리그에 이어 또 변칙카드를 꺼냈고 이번에도 적중했다. ‘사막의 여우’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한국과의 조별리그에 이어 16강 독일전에서도 주전을 갈아엎었다.
선발명단에 페굴리와 슬리마니 등만 남겨놓고 주전 대부분을 물갈이했다. 여기에 수비 전술로 나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마저 비웃듯 전방 압박을 펼쳤다. 이는 알제리 선수층이 두껍다는 것을 말해준다. 할리호지치 감독이 팀을 얼마나 잘 조련했는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알제리의 변칙 전술에 독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위축된 움직임이 두드러졌고 실수도 잦았다. 최종수비진 회베데스와 메르테자커는 알제리 공격진을 자주 놓쳤다. ‘한국-알제리전 재방송’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클래스를 갖춘 팀이다. 1938 월드컵 이후 항상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던 독일은 이보다 더한 위기도 이겨냈다. 알제리의 탄탄한 전력을 인정하고 정면 대결을 피했다. 자존심을 접은 채 라인을 내리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여기에 노이어 골키퍼의 선방도 빛났다. 노이어는 활동반경을 넓어 스위퍼 역할까지 소화했다. 특히 후반 알제리의 역습 상황에서 골문을 비우고 나와 공을 쳐냈다. 독일은 역시 ‘골키퍼의 나라’다.
물론 알제리도 만만치 않았다. 전후반 90분 동안 독일과 대등하게 맞섰다. 독일과의 차이라면 역시 큰 경기 경험부족이다. 독일은 한국이 아니었다. 개인전술, 팀 전술 모두 알제리가 상대하기 벅찬 팀이다. 단 한 순간의 방심은 실점으로 이어진다.
예상대로 독일은 연장에 승부를 던졌다. 웅크렸다가 역습 한 방으로 알제리의 패기를 짓눌렀다. 토마스 뮐러가 돌파해 크로스를 올렸고 쉬얼레가 뒤꿈치 슛으로 마무리했다. 알제리 음보리 골키퍼는 경기 내내 선방했지만, 쉬얼레의 예측불허 슈팅은 막지 못했다. 1-0이 되자 독일은 안정을 되찾았다. 반면, 알제리는 급격히 무너지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연장 후반 14분 메수트 외질이 추가골을 더해 독일의 8강을 견인했다. 알제리는 실점한 뒤 곧바로 자부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비록 패했지만 알제리는 이번 월드컵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전과 후보의 격차가 없고, 맞춤형 전술로 주목받았다. 벨기에전에서는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과시했고 한국전에서는 막강한 공격력을 뽐냈다. 독일전에서 공수가 안정된 정점을 보여줬다.
체력적인 약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층이 두꺼워 상대팀보다 한 발 더 뛰었다. 또 한국전에서는 후반 쐐기골, 독일전에서는 만회골을 넣는 등 뒷심도 보여줬다. 알제리 국민이 벌써 2018 러시아월드컵을 기대하는 이유다.
한편,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독일은 같은 날 나이지리아를 2-0 완파한 프랑스와 오는 5일 오전 1시 8강전을 치른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