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무기한 단식농성 "제발 편히 눈감게..."
국회 본청 앞 기자회견 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사 추가 : 2014.07.14 19:15]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의가 여야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경 회견을 통해 “독립된 특별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성역 없이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것 외에 △피해자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절반이 되어야 하고 △안전사회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모든 내용은 청문회 등으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대책위는 특히 국회 본청에서 노숙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세월호 특별법 T/F’가 3자협의체를 제안한 가족대책위의 요구를 묵살했고 참관조차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례가 없고,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든다’는 이유로 특위의 수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을 향해 “세월호 참사는 전례가 없는 비극이며, 기존 형사법체계로는 결코 진실을 규명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전례가 없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국가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한 분노가 아직도 깊은 한으로 남아있는데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진상조사를 통해 반드시 정부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대책위는 그러면서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희생자 가족 15명은 오늘부터 광화문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시작한다”며 “국회가 답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족대책위가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지원하기를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가족대책위는 “350만 서명으로 함께해주셨던 국민 여러분, 여러분들이 보여주셨던 관심과 함께 흘려주셨던 눈물이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됐다”며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7월 24일까지는 제대로 된 특별법이 기적처럼 만들어 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 부디 힘을 더 모아달라”고 호소하며 큰 절을 올렸다.
이후 유가족들은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친 뒤, 희생자들의 이름을 3번 목 놓아 불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직후 15명의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들은 국회 본청 10명, 광화문 광장 5명으로 나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자신을 2학년 3반 예은이 아빠라고 소개한 유가족은 “이런 날씨에 누가 단식을 하고 싶어서 하겠나”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가족들이 하늘에서 안전한 나라를 꼭 건설해달라는 바람을 전해주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학년 1반 김수진 아빠라고 소개한 유가족 역시 “우리와 같은 상황에 놓이는 국민 여러분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단식까지 왔다. 저는 굶어본 적도 없고 단식을 해본 적도 없다. 근데 해야 될 것 같다. 쓰러져서 실려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단식을) 해야겠다”며 특별법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일부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거나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울러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한 5명의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앞에 두고 밀짚모자를 쓴 채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광화문 광장 단식농성에 참여한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뙤약볕 더위에 많이 힘들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오히려 뿌듯하다. 아이들한테 죄스러웠는데 밖에 나와 행동을 하니 부모로서 죄스러운 마음이 조금 가시는 것 같다”며 “그동안 우리 딸내미한테 무지 많이 미안하고 눈물이 났다. 여기 나온 것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 참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우리를 밖으로 밀어내 힘들 줄 알았는데 광화문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니 오히려 청와대가 불쌍해 보인다. 멋있는 게 아니라 불쌍해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가 왜 불쌍해 보이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이유는 모르겠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들의 광화문 광장 단식 농성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시민들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5살 된 아들을 데리고 광화문 광장 분수대를 찾은 34살 이모 씨는 “아이가진 엄마로서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금 그렇다”며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아무쪼록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상처를 받은 분들이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던 60대 서모 씨는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나왔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세월호 사후 대처를 보면 정부가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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