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의 독재? 측근 한명 못 살린 '병풍' 안철수
"지금 최고위는 합의제 기구 아냐. 당대표 결정하면 그걸로 끝"
안철수계 최고위원 대부분 정치 문외한, 김한길에 끌려다닐 밖에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당무와 관련된 사안을 결정하면 안철수 대표는 “원래 이런 것이냐”고 묻는다. 김 대표가 “원래 이렇다”고 답하면 안 대표는 군말 없이 따른다. 당무 결정권은 전적으로 김 대표에게 있으며, 당내 영향력을 가진 측근이 없는 안 대표는 이런 김 대표에 기대 입지를 유지한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한 의원은 당 지도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 같이 묘사했다. 뚜렷한 세(勢)가 없고 당무에 문외한인 안 대표가 당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세 측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동시 지방선거, 7.30 재보궐선거 공천심사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독단이 지적됐다.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제종길 안산시장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으로 두 공동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가 안 대표의 측근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안 대표는 그야말로 ‘독박’을 썼다.
이번 재보선 공천과 관련해서도 금태섭 전 대변인 전략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안 대표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한 전략공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천 배제 등을 둘러싸고는 두 공동대표가 싸잡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와 오는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살아남은 안 대표의 측근은 사실상 윤 시장 한 명뿐이다. 오히려 이번 재보선에 출마했던 안 대표의 측근들은 본선 문턱에도 못 가보고 전원 탈락했다. 금 전 대변인에 대한 수원정(영통) 전략공천은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발에 시도로만 끝났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공천권을 비롯한 모든 당무의 결정권은 김 대표가 가지고 있고, 안 대표는 김 대표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측근 중 실세가 없는 안 대표 역시 보신(保身)을 위해 자신의 사람들을 챙겨주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전국대의원대회 때부터 예견돼 있었다. 지난해 5.4 전당대회를 계기로 민주당의 지도체제는 득표율 1위가 당대표를, 2위부터 최고위원을 맡는 집단지도체제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단일성지도체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당대표의 권한은 종전보다 막강해졌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금 새정치연합 최고위는 합의제 기구가 아니다. 결정은 당대표가 한다”면서 “최고위원 몇 명이 반대한다고 해서 당대표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해찬 상임고문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지도부의 독단에 대해 “당 대표가 공천 문제든 뭐든 처리할 문제가 있으면 당무회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당엔 당무회의 자체가 없다”며 “고작 최고위원 몇 명이 결정하는 수준인데, 이렇게 당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직제상으로는 최고위의 상급 의결기구로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전당대회가 존재하나 실제 대부분의 당무 관련 사항은 최고위 의결로 결정됐다.
최고위가 합의제라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 새정치연합 최고위는 당대표 2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8명은 안 대표가 통합창당 과정에서 양보받은 지분을 행사해 영입한 인사들이다. 또 구(舊)민주당계 최고위원 8명 가운데 3명은 김 대표가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결국 김 대표와 안 대표가 합심하면 13대 5로 모든 당무 결정을 밀어붙일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자는 김 대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내에서 지역구를 가진 측근이라고는 송호창 의원뿐인 안 대표가 김 대표까지 등을 돌리게 할 경우, 차기 당권과 대권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 대표 측 최고위원 8명 중 5명은 정당활동 경험이 전무하고, 나머지 3명도 현직 국회의원이 아니다. 이로 인해 김 대표의 결정에 대한 당내 여론이나 상황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당내 한 의원은 “안 대표 측 최고위원들은 대부분 의정 경험이 없다. 하다못해 의총에 한 번 들어가 본 일이 없으니 당내 의원들의 정서도 모른다”며 “그러니 김 대표가 요리하기 쉬웠을 것이다. 최고위원 절반이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니 김 대표 입장에선 얼마나 편하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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