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한국축구 사령탑, 여전히 매력
유럽-남미 아닌 제3대륙 국가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조건
외국인 감독 선임 몸값이 문제? 능력과 몸값은 별개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흔히 ‘독이 든 성배’와 비유된다.
화려한 명성을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 책임과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 자리다. 한때 한국축구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홍명보 전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갖은 논란 속에 불명예 사퇴한 것도 이런 징크스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럼에도 대표팀 감독은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선망의 직업임에 분명해 보인다. 최근 공석인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많은 국내외 인사들이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월드컵의 실패 여파도 있는데다 차기 월드컵까지 앞으로 4년 이상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는 자리기에 대중의 관심도 높다.
축구계와 팬들의 여론은 이번만큼은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야한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실제로 다수의 외국인 감독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오히려 먼저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감독들도 있다.
이중에서는 실제로 국제무대에서 명망을 얻은 거물급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있다. 한국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많이 떨어져 명망 있는 외국인 감독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상반된 반응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과 아시아축구는 여전히 세계수준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 감독은 외국인 감독들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도전해볼 만한 자리다.
최근 10여 년간 다수의 한국인 선수들이 유럽무대에 진출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대표팀의 주축은 20대 초중반의 선수들로 지금보다 4년 뒤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들이 많다. 더구나 한국축구는 어쨌든 월드컵 본선무대에 8회 연속 진출한 단골손님이다. 월드컵을 밟을 수 있는 기회와 ‘발전 가능성’이라는 면에서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제3대륙 국가 중에서는 상당히 경쟁력 있는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연봉 등의 조건에는 핸디캡이 있다. 한국축구 수준에서 세계적인 명장들의 몸값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굳이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몸값으로 협상이 가능한 감독들은 세계무대에 많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를 8강으로 이끈 콜롬비아 출신 호르헤 루이스 핀투, 브라질월드컵 최저연봉 감독이었던 미겔 에레라(멕시코) 등의 몸값은 홍명보 감독보다 낮았다.
반면 파비오 카펠로(러시아), 체사레 프란델리(이탈리아), 로이 호지슨(잉글랜드) 등 브라질월드컵 감독 연봉 1~3위를 기록한 팀들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감독의 능력이 몸값과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대표팀 차기사령탑으로 다양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의 명성이 아니라 앞으로의 비전이다. 최근 현대축구의 흐름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한국축가 요구하는 기술적-전술적 노하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자인지 냉철한 검증이 필요하다.
태극호의 선장이라면 그 정도의 비전과 능력을 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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