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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널 사랑해', 뻔한데 왜 끌리지?


입력 2014.08.06 08:57 수정 2014.08.06 22:44        부수정 기자

'짱짱커플' 장혁·장나라 12년 만에 환상 호흡

단순한 스토리 불구 배우들 코믹 연기로 호평

12년 만에 재회한 배우 장혁과 장나라가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 MBC

"연애세포 깨워주는 달팽이 커플 짱입니다!", "요즘 같이 우울한 날 '운널사' 보는 재미로 살아요.", "스트레스 없는 드라마예요."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 같은 호평이 넘친다. 드라마와 관련된 기사에 달린 댓글도 마찬가지다. '막장'이라든가 '지루하다', '연기가 어색하다' 등의 부정적인 시청평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한 자릿수에 머물던 시청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재미에 비해 시청률이 낮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사실 '운널사'의 내용은 지극히 뻔하면서 평범하다. 드라마는 얼떨결에 하룻밤을 보내게 된 재벌 3세 이건(장혁)과 착한 성격 외에는 내세울 것 없는 '평범녀' 김미영(장나라)의 좌충우돌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온갖 잡일을 도맡아 온 착한 여성 앞에 떡하니 나타난 백마 탄 왕자님. 왕자님은 '평범녀'의 새로운 매력에 반해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진다. 평범녀에게는 왕자님뿐만 아니라 그녀만을 바라보는 잘 생긴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여성이라면 꿈꿔왔을 법한 판타지이자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룻밤 임신, 혼전 계약서, 계약 결혼 등 다소 불편한 소재도 나온다.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의 '운명'을 강조하기 위해 유치한 극적 장치를 배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연신 즐겁다는 반응이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깜짝 놀랄 반전이나 결말이 아니다. 운명 같은 달팽이 커플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는 단연 배우들의 호연이 꼽힌다. SBS '명랑소녀 성공기'(2002) 이후 12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는 '짱짱커플' 장혁과 장나라의 케미스트리(남녀 간의 화학작용)는 기대 이상이다.

그간 무겁고 진지한 역할만 주로 맡아온 장혁은 외모, 재력 등을 갖춘 9대 독자 재벌남 이건으로 분해 코믹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복고풍 헤어 스타일과 '음하하하'라는 웃음 소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무엇보다 이건이 여느 재벌남 캐릭터와는 다른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신들린 바느질 솜씨로 배냇저고리를 만들고, 때로는 아기를 받는 산파가 된다. 장모 친구의 결혼식에서는 화려한 몸놀림으로 댄스와 랩을 선보이는 친화력으로 중년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무게만 잡는 재벌남에서 벗어나 매회 웃음 폭탄을 선사하는 마성의 재벌남으로 등극한 것.

12년 만에 재회한 배우 장혁과 장나라가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 MBC

시청자들은 "장혁, 어디갔다 이제 왔느냐?" "장혁의 눈주름까지 응원합니다" "장혁을 캐스팅 한 건 신의 한 수"라고 장혁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장혁의 상대 역인 장나라가 연기하는 미영 역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전형적인 캔디녀가 아니다. 슬프면 울고, 힘이 들면 마음 아파하는 여성이다. 무엇보다 진심을 다해 사람들을 대하는 선량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다. 너무 착해서 손해보는 미영의 캐릭터는 답답해서 짜증나기보다 시청자들로부터 동정심을 산다.

막장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사각 관계가 주축을 이루는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남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운널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벌남과 결혼한 평범녀를 구박하는 시댁 식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것.

오히려 미영을 아껴주며 "너처럼 착하고 좋은 사람과 인연이 된 건 우리 가문의 복"이라고 반가워한다. 임신한 여주인공에게 "내 아들과 헤어져"라며 돈 봉투를 들이미는 시어머니에게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는 설정이다.

웃음 코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제작진의 연출력도 인기에 한몫했다. 이건이 달팽이 미영을 떠올리는 장면에서는 패닉의 노래 '달팽이'를 배경 음악으로 선택해 웃음을 유발했고, 산파로 변신할 때는 '하얀거탑'의 OST를 배경 음악으로 선택해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극 중 이건과 미영의 하룻밤을 달에서 떡방아를 찧는 모습으로 대체한 '떡방아신' 역시 이동윤 PD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 PD는 드라마에 대해 "즐겁게, 고민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했다.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요즘 계속 시무룩했는데 이 드라마 보고 웃는다"는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 이 PD의 기획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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