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올림, 전향적 협상의지 보여주길..."
5차 협상도 '공회전' …장기화 우려
보상·사과·재발방지 등 주요 의제 제자리
“삼성이 좀더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했으면 좋겠다.”(황상기 반올림 협상단 대표)
“반올림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
30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다섯번째 회동을 가진 삼성전자와 반올림(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은 협상 시작 전부터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이더니, 협상 내내 공회전만 거듭하면서 끝내 서로의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모처럼 형성된 양측의 대화가 장기화조짐을 보이면서 또다시 얼어붙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무려 7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사과·보상·재발방지 등 3가지 핵심 의제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6월 25일 3차 협상과 7월 14일 4차 협상에 이어 이날 5차 협상에서도 서로 견해차만 확인한 셈이다.
보상문제와 관련, 반올림은 산재신청자 전원에게 보상하라는 입장이고, 삼성전자측은 협상참여자 8명에 대한 보상부터 우선 해결하자며 이를위해 보상 기준안을 마련한뒤 확대검토하자는 당초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최대한 빨리 협상 참여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보상논의를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먼저 협상 참여자 8명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하고, 기준 원칙도 마련하다보면 다른 분들의 문제도 확대적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특히 백 전무는 “보상 논의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먼저 이들의 보상안을 빨리 정하는 것이 우선이며 협상참여자 8명만 보상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보상의 규모 등 협상 타결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에 대한 대답을 반올림측에 수차례 요청했는데 아직 단 한가지 답도 주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더군다나 반올림 측이 제시한 보상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협상이 쉽지 않다는게 삼성전측의 설명이다. 이날 반올림 측이 삼성전자에 제시한 보상 기준안에는 지난해 반올림 측이 삼성전자에 요구했던 11개 항목을 반복한 내용일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반올림측이 제시한 보상범위는 ‘산재 신청자 전원’이다. 보상 내용에는 △진단, 치료, 간병 등에 소요됐거나 소요될 일체 경비 △당사자가 질병이나 사망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어서 생긴 피해 △질병으로 인한 부모, 자녀, 배우자 등에 대한 경제적 피해 △질병과 산재인정의 어려움에 따른 피해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 등 4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대해 백 전무는 “반올림측은 산재신청자가 몇 명인지도, 명단도 제시하지 않은채 무조건 보상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재발방지와 관련, 삼성전자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을 통해 환경안전보건관리 현황을 진단하는 환경안전보건관리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으나, 반올림측은 반올림이 절반 이상을 추천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와 '외부 감사단'을 회사안에 상시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사실상 ‘반올림 위원회’를 회사 안에 상시설치하라는 요구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과문제도 삼성전자측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포괄적인 공식사과를 했다는 입장이다.
백 전무는 “반올림측은 오늘도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며 “아시다시피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사과를 포함해 이미 3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일찍 해결하지 못한 점과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함이 있었음을 사과했고 오늘도 내가 다시 한 번 사과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 전무는 협상이 진전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진전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서로의 차이점들을 확인하고 논점을 좁혀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 보상,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을 통한 안전관리 진단 등 두 가지로 좁혔다고 생각한다”고 지난 협상 과정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한편 반올림측 황상기씨는 협상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굳은 표정으로 “오늘 이야기한 내용들에 대해 삼성측에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입을 뗐다.
황씨는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사과, 보상, 재발방지 이 문제 세가지였는데 삼성은 오늘 어떤 안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고 8명에 대한 보상문제만 가지고 나와서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진전을 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다음 6차 협상은 2주 뒤인 다음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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