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손흥민, 레버쿠젠-대표팀 사이 딜레마
병역 혜택 걸린 AG, 내년 1월 아시안컵 핵심멤버 거론
소속팀 레버쿠젠 반대 입장..둘 중 하나 택하기도 모호
‘귀하신 몸’ 손흥민(22·레버쿠젠)이 소속팀과 대표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소속팀 레버쿠젠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모두 주축 선수로 자리 잡은 손흥민은 어쩌면 축구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중요한 1년을 앞두고 있다.
첫 과제는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손흥민은 연령 제한에 상관없이 아시안게임에 승선할 수 있다.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혜택이 걸려있는 아시안게임은 손흥민이 합법적으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손흥민은 그동안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연령대별 대표팀이 출전하는 대회와 크게 인연이 없었다. 이미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선수로 자리 잡은 손흥민으로서는 병역문제만 해결하면 앞으로의 선수생활이 그야말로 탄탄대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소속팀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합류에 미온적인 반응이라는 점이다. 레버쿠젠도 아시안게임이 손흥민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초반 분데스리가 일정과 겹치는 아시안게임에 손흥민을 내줄 경우, 레버쿠젠은 큰 전력누수를 감수해야 한다.
온전히 레버쿠젠의 입장에서만 계산했을 때 손흥민의 병역혜택 문제는 당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병역혜택을 못 받는다고 해서 당장 군대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안게임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 차출 의무조항에 해당하는 공식 대회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레버쿠젠이 원하지 않으면 굳이 손흥민의 출전에 협조할 의무도 없다.
또 다른 변수는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통 크게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허용한다 해도 불과 4개월 뒤 호주에서 A대표팀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이 열린다. 아시안게임과 달리, 아시안컵은 대표팀이 차출요구가 있을 경우 무조건 응해야 한다. 손흥민은 이미 A대표팀에서도 핵심전력이다.
소집과 회복 기간까지 감안하면 결국 레버쿠젠으로서는 자칫 주축선수인 손흥민을 다음 시즌 3~4개월 이상 전력 외로 분류해야 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손흥민의 혹사로 인한 체력 저하와 부상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레버쿠젠의 소극적인 태도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손흥민과 레버쿠젠, 대표팀 어느 쪽이든 양보와 희생은 불가피하다. 만일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된다면 23세 이하 대표팀의 전력누수는 물론 손흥민 개인의 박탈감도 클 것이다. 반면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만 출전하고 아시안컵에서는 출전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이익만 걸린 대회만 챙기고 대표팀의 사명감을 외면했다는 뒷말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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