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삼성전자측 '협상참여자 우선보상' 거부
기자회견서 "직업병 제보자 164명, 사망자도 70명" 밝혀
당초 반올림측 협상 참여자 8명 중 5명 배제 의혹도 일어
삼성 직업병 피해자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삼성전자 측의 '협상 참여자 우선 보상' 제안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앞서 4차에 걸쳐 진행됐던 양측의 실무협상이 또 다시 난항에 부딪히게 됐다.
반올림은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중증 질환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이 164명에 달하며 이중 70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기·삼성SDI·삼성테크윈 등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피해자까지 합하면 총 233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같이 삼성에서 일하다가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가 200여명이 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측이 주장하는 '협상 참여자 우선 보상'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반올림측의 입장인 셈이다.
또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 보상 방안 논의를 나중에 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작업 현장에서 일한 기간이 짧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보상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반올림과 4차례에 걸쳐 진행한 실무협의에서 보상과 관련해 협상 참여자 8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 논의하자고 제안해 왔다.
삼성전자측 협의를 이끌고 있는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보상논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먼저 협상 참여자 8명에 대한 보상안과 기준 원칙을 마련하면 다른 분들의 문제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4차 실무협의에서는 반올림 측의 협상 참여자 8명 중 5명이 삼성전자 측 제안에 응하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협의의 성과를 얻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 반올림 측은 4차 실무협의에서 삼성전자측의 제안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 일부를 제외하고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하면서 당초 주장했던 '산재 신청자 전원 보상'을 재차 요구해 다시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세다.
특히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측의 제안을 수용한 반올림측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 5명을 협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협상 주체로서의 반올림측 자격에 대한 논란도 함께 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반올림측의 기자회견 이후 "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반올림이 집회를 갖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안타깝다"며 "하지만 저희는 인내심과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보상 문제에 관해서는 "삼성전자는 협상참여자 8명만 보상하겠다고 한적이 없으며 8명과 먼저 논의를 시작해 기준과 원칙을 세운 뒤 이를 바탕으로 다른 분들에 대해서도 보상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여러차례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협상 참여자 8명 가운데 5명이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는 긍정적인 제안을 했지만
다른 3명이 반대해 매우 곤혹스럽다"며 "반올림 가족 내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최종협상 타결을 위해 투명하게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 씨,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김미선 씨,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 씨 등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증언했다.
반올림 측에서 협의를 이끌고 있는 황상기 씨는 "사과하는 사람이 사과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가 아니다"라며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 산재보상을 방해한 점,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를 폭행, 고소·고발한 점을 구체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재발 방지와 관련해서도 반도체·LCD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 공개, 노동조합 설립 등의 요구안도 함께 수용해줄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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