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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은퇴 말하지 않는 영원한 국가대표


입력 2014.09.06 09:16 수정 2014.09.06 11:58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베네수엘라전,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2골 뿜어

실력 물론 "국가대표, 은퇴 대상 아니다" 철학도

한국 스트라이커 이동국은 베네수엘라전에서 멀티골 맹활약했다. ⓒ 연합뉴스

‘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이 자신의 센츄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 경기에서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은 5일 부천종합운동장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A매치 평가전에 선발 출전, 후반 역전 결승골과 쐐기골을 성공시켜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2012년 11월 호주전 이후 1년 9개월 만에 터진 자신의 31번째, 그리고 32번째 A매치 골이다. 35세 139일의 연령으로 A매치에서 득점, 역대 한국축구 국가대표 최고령 득점 4위에 올랐다.

활약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계를 맡은 SBS의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이 경기 중 던진 멘트 하나다. 이동국을 겨냥해 “누구도 도전하는 선수에게 도전을 그만두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 이동국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스트라이커”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이동국은 현재 한국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다.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11득점(1위) 6도움(2위)을 올리며 전북현대의 선두 질주에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앞서 박문성 위원은 자신의 칼럼에서 이동국이 ‘대표팀은 은퇴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박 위원이 소개한 이동국의 발언 내용은 이렇다.

“대표팀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세상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대표팀은 들어오고 싶다고 들어오고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를 그만 두면 모를까, 현역 선수로 뛰는 동안에는 (대표팀 발탁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서는 안 됩니다. 대표팀은 모든 선수의 영원한 꿈이자 갈망의 자리여야 하며 그 목표를 스스로 접는 순간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없다면 이룰 것도 없습니다. 대표팀은 은퇴의 대상이 아닌 누군가에게 평가 받고 인정돼 들어오거나 반대로 들어오지 못하는, 평가와 입증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표팀에 들어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걸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잊어서는 안 됩니다.”

2006 독일월드컵을 준비하던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이동국이 K리그 경기 도중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사실상 이동국의 국가대표 커리어는 끝난 것이 아니냐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 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동국은 상무 입대와 전북 입단을 통해 세간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정상의 자리에 섰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는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 허정무 감독에게 최종 엔트리 결정 마지막 순간까지 낙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어렵사리 최종엔트리에 들기는 했지만 정작 월드컵 무대에서 이렇다 할 기회도 얻지 못했고, 기대를 받은 만큼의 활약도 펼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한국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지만 그 영광은 온전히 이동국의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때도 이동국의 대표선수로서의 여정은 끝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동국은 단 한 차례도 ‘대표팀 은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후에도 이동국은 ‘대표팀 은퇴’를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브라질월드컵 이후 첫 A매치에 이동국은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그 경기는 자신의 100번째 A매치 출전 경기가 됐으며, 그 경기에서 팀 승리를 결정짓는 역전 결승골과 상대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쐐기골을 연이어 터뜨렸다.

약관의 나이로 출전한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유린당하던 한국 대표팀에서 네덜란드 골문을 향해 호기로운 중거리 슈팅 한 방으로 이동국은 일약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주요 국제대회 고비 때마다 한국을 구하는 멋진 골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그에겐 언제나 ‘게으른 천재’라는 기분 좋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제 이동국은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어리지도 않고, ‘게으르다’ 소리를 들을 만큼 불성실한 플레이를 펼치지도 않는다.

지난 10여 년간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거친 오늘의 이동국 플레이는 그때 그 시절 뿜어대던 다이내믹한 슈팅은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공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 수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느 포인트에 서 있어야 골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손금 보듯 볼 수 있는 여유 있고 넓은 시야까지 지니게 됐다.

새로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당장 10월 A매치부터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이 이동국을 다시 대표팀에 부를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동국의 대표선수로서의 여정이 오는 8일 우루과이와의 A매치에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동국이 대표팀은 은퇴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이상 이동국은 대표팀으로부터 더 이상 부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지언정 스스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언제나 국가대표 발탁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가 K리그 클래식 개인 공격 부문에서 계속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이상 당분간 대표팀 발탁 여부에 마음을 졸이는 일도 있을 수 없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공격수를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는 것만큼 어리석은 선발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은퇴를 말하지 않는 이동국, 그래서 그는 영원한 국가대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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