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의원은 '예산'에 울고 비례대표는 '국감'에 울고
예산안 자동상정제도로 국회 안열리면 '지역 민원 예산' 증발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 확보위해 국감장 별러왔는데 무산위기
세월호 특별법으로 정기국회가 파행을 이어가면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내년도 예산,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두고 각각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역구 의원의 경우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자동상정제도가 변수로 떠올랐다. 매년 예산안 처리는 여야간 밀고 당기기 끝에 법정시한을 넘겨 정기국회 막판에 ‘제야의 종소리’를 앞두고 처리되는 게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여야 합의로 도입돼 올해부터 시행되는 예산안 자동상정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처리 시한 하루 전인 12월 1일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을 자동으로 상정시킨다. 그간 예산을 볼모로 삼아 법안 등 다른 사안을 연계했던 야당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야당 소속 지역구 의원들의 고민은 ‘지역 민원 예산’을 반영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지역구 예산은 정부 예산이 국회로 넘어온 뒤 상임위와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는 경우가 많은 데 이 과정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충청 등 농어촌 지역 야당 의원들은 2016년 제20대 총선을 한해 앞둔 2015년 지역구 예산확보가 당선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여당 의원들은 당정협의 과정을 통해 정부 예산안에 지역구 예산을 반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에 비해서는 다소 여유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회로 정부안이 넘어오는게 9월 23일인데 그 전에 국회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며 "(현재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야당으로서는 유리할게 없는 국면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고, 정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잡아야 하는 비례대표, 국감 통해 인지도 확보 필요한데...
지역구 의원들과는 달리 비례대표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야가 현재까지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하면서 국정감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20대 총선이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구 잡기’다. 두 번 연속으로 비례대표를 준 전례가 없기 때문에 지역구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여의도 정치를 떠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를 확보하기 위한 최고의 통로는 국정감사다. 톡톡 튀는 언행이나 날카로운 질의를 통해 일약 ‘국감 스타’로 떠오를 경우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어 지역구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8대 국회 한 의원이 보좌진에게 “국정감사 기간 동안 매일 저녁 방송사 뉴스 메인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요구한 것은 보좌진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사건이다. 그만큼 의원들에게 국정감사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의정활동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국정감사 일정이 미뤄지면서 의원들은 물론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보좌진들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국정감사 일정에 맞춰서 체계적인 준비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비례대표 의원의 보좌진은 “국정감사에서 질의 사항은 시기성을 타는 게 많기 때문에 8월말 국정감사에 맞춰 준비한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며 “국정감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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