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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사태로 본 '회장-행장 겸임론' 정박자 낼까


입력 2014.09.19 14:42 수정 2014.09.19 14:45        이충재 기자

회장에 권한주거나 행장자리도 주거나...대안마련 고심

KB금융 내부 모습. 사진=데일리안

KB사태 이후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내홍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금융회사 회장이 행장직을 겸직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에서 지주회장이 서열은 앞서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대부분의 수익과 조직을 보유한 은행장에게 있기 때문에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호한 지배구조의 환경에서는 갈등과 분란의 싹이 자라나기 쉬웠다. 실제 KB금융지주에서 서열은 임영록 회장이 1위 이건호 은행이 2위였지만, 전체 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했다.

KB사태의 근본 원인이 회장과 은행장 간 누적된 불화에 있던 만큼 확실한 ‘완충제’나 ‘접착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완충제는 지주 회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은행장과의 권한을 분리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권장’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는 지주 회장이 은행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어야 분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을 위한 경영진 자격요건 확립과 경영승계 프로그램 도입 역시 대안으로 꼽힌다.

또 회장과 행장 간의 대립과 갈등을 막기 위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주 회장과 행장을 통합하는 것 역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KB사태의 근본 원인은 국내 금융지주 체제의 구조적 문제”라며 “금융지주사의 회장과 은행장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한국 금융시장의 환경에서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각자 다른 의사결정구조와 비대칭적 권한 때문에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 금융지주체제를 뒤엎을 수도 없는 형국이다. 세계적으로 금융사들이 금융지주체제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이를 폐지한다면 한국금융이 지금보다 더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 교수는 “금융이 은행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증권과 보험 등 여러 가지 업종들이 있고, 이들이 균형이 잡혀야 금융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발전되는 것”이라며 “금융지주회사 자체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개혁 필요하다지만 '금융은 결국 사람'

이번 사태수습의 키를 쥔 KB금융 이사회에서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회장과 행장 간 파열음을 어떻게 없앨지 고민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장-은행장 겸임 문제를 포함한 모든 사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차기 경영진 인사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고위관계자’들과 현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앉거나 앉힐 한 자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이 같은 논의자체를 불편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에는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각각 우리은행장과 산업은행장을 겸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각각 국책은행과 민영화라는 특수상황이라는 점에서 KB금융과 처한 환경이 다르다.

KB금융 관계자는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금융은 결국 사람이라고 하지 않나”고 말했다. 결국 ‘자리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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