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남근석을 찾아서>마주보는 강릉 위촌리 남녀성석
해변의 도시 강릉은 현대와 고대가 함께 어우러진 도시다. 동해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은 해수욕장과 커피거리로 낭만의 홍수가 가득하고, 내륙인 서쪽은 강릉단오제 등 토속신앙의 한국적인 정서가 배어있는 곳이다. 특히 강릉대학교 뒤쪽 위촌리 마을에는 종족번성의 상징인 남녀근석이 자리 잡고 있다.
위촌리는 도시개발에서 떨어져 있는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마을입구에는 최근 정자 한 채와 謂村里(위촌리)지명을 새긴 큰 돌이 서 있는데, 그 아래는 腎岩(신암)이라고 쓴 표석이 있다.
표석에는 신암(×바위, 불알바위)이라고 새겨놓고 설명까지 붙였다. 이 바위의 형태가 남자의 성기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근석은 하늘을 보고 서 있는데 신암은 개의 성기처럼 옆으로 뻗어 있다. 밖으로 노출된 길이는 약 2m 정도인데 묻혀 있는 곳까지는 합하면 5m는 족하다. 둘레는 보통사람 몸통정도 크기다. 이런 이유로 마을사람들은 지명보다는 옛 부터 개×바위 부르고 있다. 그리고 남자바위 뒤쪽 엉덩이부분에는 흔들바위가 받쳐주고 있어 절묘한 분위기를 볼 수 있다.
흥미진진하게도 개×바위에서 동쪽으로 약 50m 떨어진 길섶에는 여성의 음부처럼 생긴 여자바위가 있는데 서로가 마주보고 있다. 일명 보×바위로 부른다. 특히 이 바위 앞에는 남자바위 쪽에서 흘러내리는 개천이 있어 음양조화의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 보×바위는 남자들이 만지면 가정이 화목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곳 바위들은 옛 부터 마을의 종족번성을 위한 것 이었다. 모든 남자는 다 탐내는 곳이며, 어떠한 여자도 자기생명 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곳이다. 영웅호걸에서 천인에 이르기까지 다 이곳을 통해 세상에 나 왔으니 이 보다 귀하고 보배로운 곳이 있으랴......
이런 바위들의 이름은 신체일부를 표기한 것으로 결코 욕설이 아니다. 몸 안의 수분이 생식기를 통해 바깥으로 나가듯 위촌리 마을의 모든 물줄기도 마을 바깥인 이곳을 통해 나간다. 또한 사람의 생식기가 몸 바깥에 있듯이 생식기를 상징하는 바위들도 마을 바깥에 있어 자연의 오묘한 진리를 느낄 수 있다.
남·여근석이 자리한 위촌리보다 아래 마을에서 유명인사가 많아 나왔다고 한다. 죽헌에서는 신사임당과 이율곡이, 해운정에서는 심적연과 심어촌 형제가, 경포호 초당에서는 허균과 허난설헌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위촌리의 개×바위와 여근석의 영험함으로 유명세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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