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김응용 매직, 한화에서는 왜 없었나
한화, 김응용 감독 부임 기간 2시즌 연속 꼴찌 수모
이전 팀들과 달리 전력도 약화.. 팀 환경 시스템도 미비
한화 이글스가 3년 연속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한화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와 원정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승률 0.395(49승2무75패)가 된 한화는 같은 날 8위 KIA가 광주 삼성전에서 졌지만, 잔여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하위가 확정됐다.
한화는 2009년 이후 6년간 2011년(공동 6위)을 제외하곤 무려 5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최근 2년간 프로야구가 9구단 체제로 운영됨에 따라 9위를 차지한 것도 한화가 유일하다. 내년부터는 KT 합류로 10구단 시대가 열리게 됨에 따라 ‘9위 꼴찌’ 기록은 오직 한화만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김응용 감독으로서도 굴욕의 시간이었다.
한화는 김인식-한대화 전 감독에 이어 2012년부터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살아있는 전설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다. 2004년을 끝으로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래 8년만의 현장 귀환이었다. 김응용 감독은 오랜 공백기와 한화의 허약한 전력을 우려하는 시선에도 “프로라면 우승이 목표”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은 현실과 달랐다. 김응용 감독은 과거 해태-삼성 등을 거치며 항상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개성강한 선수들을 장악하며 적재적소에 조합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한화는 해태와 삼성에 비교하기에는 전력이 너무 약했다. 오히려 김 감독 부임과 동시에 전력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류현진, 박찬호, 양훈 등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악재까지 겹쳤다.
첫 해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올해의 한화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정근우·이용규를 영입하며 국가대표급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했다. 김태균이 버티고 있는 중심 타선에 전천후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와 신진급 야수들의 성장세까지 더해졌고, 시즌 중반에는 베테랑 포수 조인성까지 영입하며 타선과 수비의 약점을 보강했다.
그러나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마운드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야심차게 영입한 클레이와 앨버스 두 명의 외국인 투수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클레이를 퇴출시킨 후 타투스코 역시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태양, 윤규진, 안영명 등 토종투수들이 분전했지만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은 6.23으로 올해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9개구단 중 올 시즌 5회 이후 가장 많은 역전패를 당한 팀도 바로 한화다.
김응용 감독의 리더십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김응용 감독 부임 이후 한화의 고질적인 약점이던 투자 의지와 인프라가 개선된 것은 분명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의 리더십은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투수교체 타이밍, 일부 주전 선수들의 혹사,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 등은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응용 매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시즌 중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한 수석코치의 사퇴로 김응용 감독의 리더십과 포용력에 흠집을 남겼다는 평가다.
김응용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한화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사실상 재계약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냉정히 말해 김 감독의 귀환은 좋지 못한 선택이 됐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특히 바닥부터 팀을 재건해야 했던 한화와는 맞지 않았다. 프런트야구가 지배하는 최근 프로야구계에서 경험과 연륜의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응용 감독의 몰락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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