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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고장 음파탐지기 불용 '방사청 비리' 무더기 적발


입력 2014.10.22 14:50 수정 2014.10.22 14:56        이슬기 기자

여야 의원들, 국방위원회 국감서 "군피아가 가장 심각한 적폐" 한 목소리

‘또 레이더 고장이다. 올해만 두 번째다. 1600억이나 들였다는데 NLL(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작전을 해온 4년 반 동안 80번이나 고장났단다. 음파탐지기도 먹통이 된 지 오래다. 원가가 2억인 70년대 장비를 왜 41억이나 주고 샀는지 묻고싶지만, 납품비리에 간부들이 연루됐다니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NLL사격전 당시엔 함포 사격 중 불발탄도 터졌다. 제대로 대응할 수 없던 전우들은 수장됐다. 그저 남의 일일까? 그게 아닐 것 같아 매일매일 두렵다. 잠깐, 배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이번엔 엔진이다.’

20일 국회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천안함 사태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국방예산 1600억원을 투입한 통영함 건조사업. 하지만 실상 통영함의 상태는 오히려 유사 사건이 또 발생해도 놀랍지 않을 만큼 심각했다.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는 ‘통영함 사태’와 연관된 방산 비리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납품 비리로 구속된 방사청 고위 간부가 입찰 서류까지 조작해 비리에 가담하는가 하면, 인양에 쓰이는 ‘유압권양기’ 납품업체 역시 방사청 로비를 거쳐 함량미달의 부품을 납품해 왔다.

음파탐지기는 시험가동 결과 운용 불능 상태였다. 원가 2억원에 1970년대 수준인 제품을 41억원이나 주고 산 것이다. 특히 음파탐지기의 경우, 납품 실적이 없음은 물론 시험성적서도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그대로 구매했다. 여기에 엔진과 발전기 등에 문제가 있던 사실도 나타났다.

방사청의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한 목소리로 방사청에 대한 질타와 비판을 쏟아냈다.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통영함 비리의 주범은 부실한 사업관리와 허술한 검증으로 일관한 방위사업청"이라며 "통영함 비리에 연루된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군내 고위직 등 '꽃보직'에 기용되거나 전역 직후 민간기업에 취직했다"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이 정도면 스스로 제도 보완을 못한 채 계속 세금을 눈먼 돈이라고 먹을 것"이라며 "방사청을 없애야 할 때"라고 폐지까지 언급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군 제대 이후 방산업체에 취업하는 이른바 '군피아'가 방산비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사람의 문제에서 결국은 군피아 문제가 가장 중요한 근본 원인이자 적폐”라고 말했고, 같은 당 김광진 의원도 "관급 계약과 긴급 소요예산 편성 등 관행 때문에 방산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방사청에 대한 문민 통제의 가장 큰 특징인 사업 중단을 적절한 시기에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용걸 방사청장은 "통영함 사업 관리가 아주 부실하고 사전에 거르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청렴도 강화 방안도 고민하고 시행해서 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문서를 감사 부서와 병행관리하는 등 (연말까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NLL 사격전 당시 함포 사격 중 불발탄이 발생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교전규칙에 따라 '격파 사격'을 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이 "함포는 미사일이 아니기 때문에 꼭 맞추라는 법도 없고, 장비가 고장날 수도 있다"면서 "이번에 해군은 대응 조치를 잘했다"고 옹호하자,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은 "불발탄은 애초 보고서에도 기록이 전혀 안돼 있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면서 "함정이 작전하다가 전투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한편 통영함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통영함에 탑재할 음파탐지기 제안서에 대한 평가 결과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방사청 전직 팀장인 오모 전 대령(57)을 19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문홍성 부장검사)에 따르면, 오 전 대령은 지난 2009년 11월 미국 H사가 제출한 통영함 음파탐지기 제안서의 평가 결과 중, ‘미충족’인 부분을 전부 ‘충족’으로 바꿔 방사청 명의 공문서인 ‘기종결정(안)’을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한 입찰 서류 조작에 가담한 최모 전 중령에 대해서도 허위공문서 작성과 공문서변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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