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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체 야신’ 패배주의 젖은 한화와 속궁합은?


입력 2014.10.28 10:38 수정 2014.10.29 10:3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002년 야신 칭호 얻은 뒤 우승하는 법 깨달아

SK서 물러난 뒤 고양원더스 맡아 또 한 번 진일보

'야신' 김성근 감독이 패배주의에 젖은 한화를 어떻게 탈바꿈 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2001년 LG를 맡기 전까지 야구계에서 그를 부르던 수식어는 ‘야인’이었다. 하위권 팀들의 성적 향상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지만 구단 측과의 잦은 마찰로 옷을 벗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상 전력이 아니었던 LG를 이끌고 2002년 준우승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당시 LG는 한국시리즈에서 최강 삼성을 끝까지 괴롭히는 등 믿을 수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고, 김성근 감독은 적장으로부터 ‘야구의 신’이라는 극찬을 받게 된다.

이순(耳順)에 이르러 야구에 눈을 뜬 그였지만 다시 야인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이때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야구 인생에 있어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몸담게 된 그는 바비 발렌타인을 만나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된다.

발렌타인 감독과 잦은 대화를 나눴던 김성근 감독은 진지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스타일에 무릎을 치게 된다. 그러면서 일본식 야구에 갇혀있던 김성근은 당시 자신의 모습을 “우물 안 개구리”라 평가했다. 이후 좋아하지 않았던 청바지가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인드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일화다.

업그레이드된 김성근 감독은 2007년 SK를 이끌고 부임 첫해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후 두 번의 우승을 더 거머쥐었고, 공포에 질린 상대 팀들은 ‘공공의 적’이라며 SK와의 맞대결을 부담스러워했다. SK 왕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야인은 야신에게 숙명과도 같은 길이었다. 다시 구단과 불협화음을 일으킨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게 된다. 성균관대와 서울고를 오가면서 인스트럭터로 활동했던 그는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방출되는 등 좌절을 맛본 이들에게 김성근이라는 채찍은 최고의 자극제였다. 원더스는 창단 첫해 퓨처스 리그에서 승률 0.488의 호성적을 거뒀고, 올 시즌까지 2년 연속 6할대의 승률을 거뒀다. 그러면서 22명의 선수들이 프로 구단에 입단하며 다시 기회를 얻었다.

김성근 감독의 지난 3년은 개인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룬 시기이기도 하다. 이미 우승하는 법을 깨달은 야신이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몸을 낮춰 밑바닥에서 선수들을 끌고 올라오는 법을 터득했다. 이른바 ‘완전체 야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패배주의에 젖어있는 한화는 ‘완전체 야신’을 가장 요구하는 팀이었다. 김성근 감독 역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이번에 맡게 된 한화가 자신의 마지막 팀이라고 일찌감치 예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다.

수렁에 빠진 한화를 건져 올릴 방법은 역시나 ‘야신표 지옥훈련’이다.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도 예감한 듯 개인일정을 모두 취소한 뒤 신발끈을 다시 조여매고 있다. 그만큼 각오가 결연하는 뜻이다.

김성근 감독이 진단한 한화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마운드와 수비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투수력이 가장 약하다. 지키는 야구가 안 되는 게 약점”이라며 10승 투수 발굴에 주력할 것을 천명했다. 수비 역시 지옥의 펑고 등을 거치면 나아질 것으로 김 감독은 내다보고 있다.

‘이기는 야구’로 대표되는 김성근식 야구 철학은 올 겨울 한화에 고스란히 이식될 전망이다. 패배주의를 걷어내고 나면 승수를 쌓게 되고 더불어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밑그림이 그려진다. 팀을 맡을 때마다 언제나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등장한 김성근 감독이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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