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혁신위 출범 한 달…한 일과 할 일은?
개혁 의제 선점에 대한 칭찬과 당내 여론 흡수 실패에 따른 비판도
지난달 29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내세워 보수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출범한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이하 혁신위)가 탄생 한 달을 맞이했다.
출범 이후 혁신위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출판기념회 금지’등 굵직한 안들을 내놓으며 거침없는 행보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당내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혁신위는 위원 인선 과정에서 ‘대권 주자들의 놀이터’라는 비난을 받으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나경원 의원, 소설가 복거일 씨, 문진국 전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용 전남대 교수,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등 분야와 계층을 망라한 인물을 한꺼번에 불러들이며 기대감을 갖게 했다.
김무성 대표는 혁신위 출범식 당시 김문수 혁신위원장을 향해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자기들만 옳다는 주장으로 소통하지 않고 불통해서 망한다는 말이 있다”며 “보수혁신위는 국민만 보고 국민을 위한 참된 정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국민의 말씀을 듣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혁신위가 될 수 있도록 김무성 대표를 잘 모시고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혁신위는 그동안 6차에 걸친 전체회의를 통해 △정치인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동결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및 회기 중 영장실질심사 자진출석 △국회의원 겸직금지 규정 강화 등의 의제를 내놓으며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도 혁신위는 그간 내놓은 혁신안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정치 혁신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내 여러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지 72시간이 지나면 자동 가결되도록 지난 는 안을 두고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원의 한 측근조차도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 책 판매를 금지한다는 안과 관련해 “정치인이 낸 책을 서점이나 인터넷에서만 살 수 있게 한다면 누가 그 책을 사겠는가”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한 정치권 밖에서는 혁신위가 정치 혁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천 제도 개혁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함께 일고 있다. 다수의 현역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 쉽사리 공천 제도에 칼을 댈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위원들의 회의 참여도 출범 초에 비해 점점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날 열린 6차 회의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하기로 돼 있었으나 많은 위원들이 시간을 지키지 않아 회의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혁신위의 당내 입지가 굳건하지 않다 보니 자연히 언론의 관심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이 멀어진 모양새다.
전문가 “정계 복귀 노리는 김문수, 혁신위 통해 존재감 부각할 것”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혁신위는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앙 정치와 멀어진 김 위원장이 혁신위를 통해 정치적 부활을 꿈꾸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30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위의 한 달에 대해 “아직 뚜렷한 가시적인 성과는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것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이르다”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여지껏 혁신위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은 모두 작은 부분들”이라며 “정치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천 문제 같은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이 강단이 있고 지지자들이 많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혁신안에 대해 인정을 받고 그 여론으로 당내 의총에서 추인 받는 쪽으로 간다면 희망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 세비 동결, 무노동 무임금 등의 안은 물론 중요하지만 야당의 의견도 구해야하는 문제”라며 “그간 혁신위의 안을 보면 보여주기 식이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김 대표와 라이벌 관계의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업적을 이뤘다가는 그 공적이 김 대표의 몫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이뤄지는 것보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중앙 정치로 돌아왔다는 정도로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현재 정도의 스탠스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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