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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대란'으로 본 단통법의 최대 허점


입력 2014.11.03 10:34 수정 2014.11.03 12:00        김영민 기자

<기자의눈>불법 보조금의 원천 '유통점 장려금' 규제 강화해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아이폰6를 개통하고 있다. ⓒKT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막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 한달 만에 허점을 보이며 구멍이 나고 있다.

단통법 시행 한달 동안은 이동통신사들의 소극적인 보조금 지급으로 과도한 경쟁 없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침묵을 깬 것은 지난달 31일 애플의 아이폰6가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되면서부터다. 지난 1일 일부 판매점에서 아이폰6 16GB 모델을 10만~20만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하자 수백명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줄서기를 하는 풍경이 재현됐다.

단통법 시행 이전 '보조금 대란' 당시 스팟성 불법보조금 살포로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새벽까지 줄서기를 하는 모습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특히, 예약가입을 통해 정상적인 가격을 주고 구입한 소비자들은 하루만에 40만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이 살포되면서 이른바 '호갱'이 되고 말았다.

아이폰6를 줄서기를 통해 10만원대에 구입한 한 소비자는 "아이폰6를 사려고 했던 차에 SNS를 통해 광고를 접했고 바로 매장으로 달려가 3시간을 기다린 후에 3개월 후 40만원 정도를 돌려받기로 하고 아이폰6를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번 불법 보조금 행위는 단통법 이전과 똑같은 형태로 이뤄졌다. 이통사는 보조금 상한을 지켰지만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주는 장려금(수수료)을 높게 책정해 이것을 보조금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단통법 시행 전부터 제기돼온 대리점, 판매점 수수료에 대한 부실한 정책이 이번 대란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일 아이폰6 대란이 일자 2일 오후 이통3사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강력 경고하고 재발발지를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 아이폰6 대란의 원인을 이통3사에서 유통망에 내려 보내는 장려금이 크게 확대됐고 이를 일부 유통점이 불법 보조금 지급에 활용했기 때문으로 파악해고, 이통사들이 유통점의 불법 보조금 행위를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리점 및 판매점에 대한 과태료 부과, 법인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 등 후속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뒤늦게 이통사와 판매점에 으름장을 놓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기는 했으나 이를 완전히 뿌리 뽑기에는 단통법의 유통점 장려금에 대한 규제가 부실하다.

장려금을 보조금으로 활용해 불법 행위를 한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시정명령과 함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 가능성은 예단하기 어렵다. 이통사가 판매점에 불법 보조금 행위를 유도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단통법 15조에 의해 이통사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단통법으로는 '보조금 대란'을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통사의 보조금 상한은 정해놨지만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지급되는 장려금에 대한 규제는 없기 때문에 이통사는 언제든지 대란을 유도할 수 있는 패를 들고 있는 셈이다.

대리점과 판매점의 장려금을 활용한 불법 보조금 행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통사들이 이번 아이폰6와 같이 특정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유통점 장려금을 높게 책정하면 대리점과 판매점은 합법적인 보조금 이외에 추가적인 지원금을 풀어 특정 제품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과 관계 없이 불법 보조금 행위의 원천은 유통점 장려금이다. 결국 그동안 정부의 단속을 교묘하게 피하며 스팟성 보조금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불법 보조금의 원천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 단통법의 최대 허점으로 드러난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단통법 개정 과정에서 유통점 장려금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김영민 기자 (mosteve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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