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큐브' 신용카드 투자 사기극의 결말은?
서초경찰서 "해피큐브 유사수신 행위했다"
카드사 "유사수신했다면 항변권 받아주기 어려워"
피해자 "투자 아닌 물건 산 것. 항변권 받아줘야"
포토카드 사진기에 투자하면 고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가정주부를 포함한 영세투자자에게 신용카드 결제를 유도해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힌 가운데, 피해자들이 카드사에 철회·항변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단순 물품구매가 아닌 투자 성격이 짙기 때문이 카드사가 철회·항변권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피해금액 모두 영세투자자가 떠안게 될 공산이 크다.
14일 카드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14일 포토카드 사진기를 설치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 1255명으로부터 모두 308억원을 받아 챙긴 해피큐브 업체 임원 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8월부터 가정주부, 퇴직자 등 영세투자자 대상 사업설명회를 열고 한 대당 770만원 가격에 포토카드 사진기를 구매하면 매월 40만원의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유혹했다.
여기에 해피큐브는 무이자할부(삼성카드 12개월, 롯데카드 10개월, 국민카드 6개월)를 내세우며 신용카드 결제로 투자자를 꼬드겼다. 또 계약기간(1년, 2년, 3년)이 끝난 이후 자신들이 기계를 일정 가격에 산다며 원금 이상의 고수익을 약속했다.
이들의 꼬임에 넘어간 투자자 대다수 3년 계약기간 조건으로 투자했다. 기계 한 대당 매월 40만원씩 3년간 총 1440만원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계가격(770만원)을 빼더라도 두 배 가까이 남는 금액이다.
해피큐브가 이런 식으로 팔아치운 기계만 4000여대에 가깝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한 사람당 3대 이상 구매한 꼴이다.
카드결제, 투자냐? 구매냐?
결과적으로 해피큐브는 투자금만 받고 기계 대다수를 설치·운용하지 않았다. 유사수신행위로 투자자를 모은 사기행각이 드러난 것이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해피큐브가 유사수신행위를 했다"며 "여·수신 업무는 등록하고 허가받아야 영위할 수 있는데 이들은 이를 어기고 신용카드 결제를 일으켜 투자금을 받아 챙겼다"고 설명했다.
과거 해피큐브 판촉물에 나온 광고를 보면 '투자자를 모십니다', '수익금을 3년 동안 가져갈 수 있다', '천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가볍게 투자가 가능한 아이템' 등으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사기행각이 밝혀지자 피해자는 '투자'를 한 것이 아닌 '기계를 구매한 것'이라며 카드사에 항변권을 요구하고 있다.
신용카드 표준약관을 보면 결제금액이 20만원을 넘고 3개월 이상 할부결제를 했다면 카드회원은 카드사에 할부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로 카드결제 대가로 받아야 할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때 남은 할부금을 내지 않기 위해 항변권을 행사한다.
해피큐브 한 피해자는 "우리는 투자를 한 게 아니다. 내 기계가 어디 있는지 해피큐브의 문의하기도 했다"며 "물건을 산 것이기 때문에 철회는 아니더라도 카드사는 항변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매달 40만원씩 받기로 한 것도 우리가 기계를 산 뒤 임대계약서를 써서 다시 (해피큐브에) 빌려줘 받는 사용료"라며 "기계를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철회·항변권 행사는 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카드사는 철회·항변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카드사 관계자는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카드결제를 일으켰고, 유사수신행위를 했다"며 "물품을 샀다고 하지만, 이미 원금을 보장받기로 했기 때문에 명백한 유사수신"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카드사가 제공한 무이자할부로 피해규모가 더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 "어느 가맹점이든 자신들이 수수료만 부담하면 카드사는 무이자할부를 제공한다"고 강변했다.
한편, 현행 할부거래법을 보면 실제 재화나 용역의 거래 없이 투자자금 등을 낼 목적으로 할부결제를 일으키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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