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화마가 덮친 담양 펜션…빨간불 켜진 안전불감증


입력 2014.11.16 11:46 수정 2014.11.16 12:00        하윤아 기자

화재 취약한 가건물 구조에도 소화기 등 안전 시설은 미비

펜션 주인 광주에서 활동 중인 현직 구의원으로 드러나

15일 오후 9시 45분께 전남 담양군 모 펜션에서 불이 나 투숙객 2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연합뉴스

안전에 눈먼 한반도가 화마의 검은 그림자로부터 불안에 떨고 있다. 10명의 사상자를 낳은 전남 담양 펜션 화재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남 담양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따르면 15일 오후 9시 45분경 담양군 대덕면 매산리에 있는 펜션 바비큐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당시 펜션에 머물던 동신대학교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소속 학생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이번 사고에서 불이 난 장소는 숙박 건물 뒤편에 자리 잡은 가건물 형태의 목조 바비큐장으로 화재에 취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은 바비큐장의 바닥이 나무로 돼 있었고 벽은 샌드위치 패널, 지붕은 억새풀로 덮어져 있어 불이 쉽게 옮겨 붙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한 부상자는 숯불에 붙은 불을 끄겠다며 누군가 화로에 물을 붓는 순간 불길이 천장 위로 치솟아 불이 옮겨 붙었다고 진술했으며, 한 생존자는 “바비큐장에는 소화기가 없었고 다른 객실에서 겨우 찾은 소화기는 1분도 안 돼 꺼져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바비큐장에는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어 안에 있던 투숙객들이 다급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펜션이 안전사고에 취약한 구조와 환경을 지녔음에도 정작 관리 책임이 있는 담양군은 수년간 안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펜션의 전체 연면적이 1000㎡에 미치지 못해 안전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펜션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조사는 1년에 2번 진행하는 위생 점검이 전부였다. 담양군은 지난 상반기 점검에서 위생과 관련한 지적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범정부적인 안전관리나 대책 마련은 여전히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99년 6월 30일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당시 화성군) 서신면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참사와 최근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사고 역시 가연성이 높은 가건물의 안전 관리 소홀로 빚어진 유사 화재 사고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씨랜드 참사는 불에 약한 컨테이너 가건물을 사용과 불량 소방시설에 대한 관리 소홀이 직접적인 사고 발생 원인이었고, 최근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 당시 주민들은 "가건물 주택이 모여있는 구룡마을이 상습화재 발생 구역임에도 당국이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고 지적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더구나 이번 불이 난 담양 펜션의 실질적인 주인이 현직 구의원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사상을 입은 펜션 주인 최모 씨(55)는 광주의 한 구의회 소속 초선 기초의원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펜션 대표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최 씨는 주인 자격으로 투숙객을 안내하는 등 펜션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네티즌들은 펜션 인허가 과정에서의 불법 의혹 제기하는 한편, 안전 대책에 앞장서야 할 구의원이 정작 소화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환경에서 영업을 했다는 데 대해 쓴소리를 날리고 있다.

한편, 최 씨는 현재 손과 등 부위에 화상을 입어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