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사기를 사기라고 말할 수 없게끔 몰아간 사기극"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처음부터 생존자는 나오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성기 88수중개발 잠수총감독은 1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세월호 수색이 난관에 빠져 허우적댔다"며 "사건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추가 생존자는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잠수업자 이종인 씨가 "선수 부분에 에어포켓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 안에 있는 생존자들을 다이빙벨을 투입해 구조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한마디로 사기"라고 잘랐다. 백 감독은 이 씨의 주장에 대해 "사기를 사기라고 말할 수 없게끔 몰아간 사기극"이라며 "그것 때문에 수색 시간을 손해봤지만 차라리 그렇게라도 거짓이 드러나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백 감독에 따르면 이 씨로부터 비롯된 '다이빙벨 소동'은 세월호 수색에 계속 영향을 미쳤다. 백 감독은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너희 것도 제2의 다이빙벨 아니야?'라는 말들이 나왔고 그런 의구심을 극복하는, 힘들이지 않아도 될 것에서 힘이 드니까 분노가 치밀었다"고 전했다.
또 백 감독은 세월호 참사 현장을 망친 것은 "언론과 공무원들이 사고 초기에 했던 '듣기 좋은 거짓말'"이었다고 답했다. "세월호 내부에 에어포켓이 있다느니, 최대 72시간까지 생존이 가능하다느니 하는 거은 다 거짓말인데도, 공무원과 잠수사들은 '살릴 수 있는 아이를 살리지 못한' 죄인들로 여겨지고 있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당시 에어포켓으로 생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 데에는 침몰선 안에서 에어포켓으로 실종자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해외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해 백 감독은 "(해외 사례는) 철재로 이뤄진 배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세월호는 격실을 목재로 만들어 에어포켓이 남아 있을 수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백 감독은 "힘들더라도 사실을 말했어야 이후 사고 수습을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텐데, 처음에 했던 거짓말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또 백 감독은 세월호 구조 작업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잠수사들이 실종자 가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을 꼽았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은 "잠수사가 쓰는 헬멧에 수중 카메라를 달아 영상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당시 바지선 책임자였던 언딘은 "우릴 못 믿는 거냐, 이럴거면 철수하겠다"고 강경 대응했다고 전했다.
이어 백 감독은 바다 밑 세월호 상황을 "폭설이 내리는 산길을 시속 80km로 자동차를 모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깜깜한 선체를 보기 위해 강한 빛의 랜턴을 켜면, 온갖 부유물로 빛이 난반사되면서 꼭 눈이 세차게 내리는 길에 자동차 상향등을 켠 모습 같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언딘이 해경과의 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철수한 뒤 백 감독은 잠수총감독을 맡으며 수중 상황을 실종자 가족에게 100% 공개했다.
백 감독에 따르면 실종자를 9명 남겨둔 상황에서 잠수사들 사이에서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영상을 보던 실종자 가족들도 '배가 곧 무너질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우리가 안전해야 가족도 안전한 것'이라는 백 감독의 말에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앞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발생 209일 만인 지난 1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 수색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이 결정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