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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들 쥐가 많아서 입조심하나


입력 2014.11.21 09:52 수정 2014.11.25 09:34        최용민 기자

<기자수첩>기자들과 불통하면 대통령 국정운영에도 누가 될텐데...

청와대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DB

"네. 지금 담당 행정관이 자리를 비워서요. 나중에 오면 연락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가끔 보도자료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담당 비서관실에 전화해서 그 행사를 담당했던 행정관을 찾곤 한다. 비서관보다 행사를 직접 챙기고 준비하는 사람은 담당 행정관들이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도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유명 요리사들을 만난다는 소식에 여러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 담당 비서관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담당 행정관이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 뿐이다.

이런 경우는 이번 한번 뿐이 아니다. 만약 담당 행정관이 전화를 받으면 '잠시후에 제가 이 번호로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연락은 없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하면 이제는 다른 행정관이 전화를 받아 담당 행정관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을 한다. 돌고도는 메아리처럼 말이다.

또 한 번은 비서관실로 전화해서 담당 비서관 업무용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는데 전화를 받던 행정관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냐, 비서관님이랑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느냐"라고 하면서 결국 번호를 알져주지 않았다. 개인용 휴대전화 번호가 아닌 업무용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는 곳이 청와대다.

예전 정권에서는 비서진들 업무용 휴대전화 번호를 정리해서 기자들에게 제공했다고 하는데 이번 정권은 기자들이 직접 연락처를 알아봐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기자가 공적인 취재를 위해 업무용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야 번호를 알 수 있는 정부가 돼 버렸다.

이런 경우가 계속 늘어나면서 행정관들이 기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꺼린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특히 행정관들이나 비서관들이 기자들을 피하는 경우는 박근혜정부 들어서면서 유독 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박 대통령의 업무스타일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박 대통령은 '입을 함부로 놀리는 사람'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이 기자들을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수석비서관은 기자들과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말 한마디 잘못해 박 대통령께 크게 혼이 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 행정관은 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느냐는 질문에 "함부로 말하고 다니면 깨지기 때문에 다들 조심하긴 하죠"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밖에 나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다니다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조심 당부가 기자들과 불통하라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기자가 청와대 행정관들을 만나고 취재하는 것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똑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가 없고 대통령도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청와대 행정관들이 기자들과 불통하는 모습을 보이면 기자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고 오역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대통령은 평소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국민이 알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정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국민들이 국정운영에 대해 알 수 있어야 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에 근무하는 행정관들은 이런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따르고 있는지 한번 고민해 봐야 한다. 대통령이 입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이 불통하라고 당부하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입조심'도 도가 지나치면 불통이 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현재 입조심을 하고 있는지 불통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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