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타결된 누리과정 예산, 하루만에 '또' 번복?
여당 "누리과정 예산 액수 특정한 적 없다" 야당 "이미 합의한 내용"
지난 25일 여야 원내지도부 간 극적으로 합의된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 예산 편성이 하루만에 번복될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이 예산의 구체적인 액수를 특정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예산 ‘5233억’에 대해 이미 여야 간 합의가 끝났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26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여야 3+3 회담의 합의문에 ‘국가는 누리과정 2015년 소요 순증에 따른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해 교육부 예산으로 증액편성한다’고 나와있다”며 “여야 원내수석 간 백브리핑에서도 ‘5233억’이란 말이 분명 나왔는데,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이야기 들은 바 없다’며 회의를 무산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이 누리과정의 예산액수를 특정하지 말고 올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임위 중심주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새누리당과는 더 이상 예산 심의를 함께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해결방안을 내놓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어제 공식 여야합의에서 새누리당은 5233억 원에 합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새누리당은 합의를 번복한 적이 없다. 상임위 차원의 비공식 논의였을 뿐이다”라고 못 박았다.
윤 대변인은 그러면서 “상임위에서 결정되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예결위나 국가 전체적인 예산 배분에 관한 고려도 없이 교문위에서 결정된 예산이라고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인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이 5233억과 895억에 대해 증액하고 부대조건을 다는 등의 내용이 마치 이미 다 합의된 것처럼 일방적으로 의사봉을 두드리려고 하더라. 합의된 내용과 전혀 달랐다"며 "우리가 '그런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 합의된 내용을 다시 확인해봐야겠다'고 했고 그래서 정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전날 '3+3'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우회 지원'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두고서는 이견을 보인 바 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합동 브리핑에서 안규백 원내수석은 “국고 5233억원을 지원하고, 신규 이자분에 대해 교육부와 기재부간 상이한 내용이 있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김재원 원내수석은 “2000억~5000억원 사이에서 많은 이견이 있어 추후 더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경환 부총리의 결재를 먼저 받아야한다’는 이유로 전날 여야 합의를 번복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여야 간 ‘진실 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당직자는 “어제 새누리당에서 최경환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나오면서 일을 이렇게 만든 걸로 들었다”며 “상임위에서 먼저 합의를 한 뒤에 위로 차례차례 넘기는 게 맞지, 무슨 상임위 단계서부터 기재부 결재를 얘기하느냐”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실 관계자도 "오늘 아침에 열린 우리당 비공개 회의에서 전날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경환 부총리에게 먼저 확인을 받아야한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것을 서 의원이 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박대출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 이야기가 도대체 왜 나오나. 그런 말은 전혀 안 나왔고, 뭔가 상당히 와전된 것 같다"며 "예산문제는 해당 부처와 기재부 간 조율하는 것이지 우리와 기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최경환 부총리 얘기는 나온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강은희 의원도 "최 부총리 이야기가 그 상황에서 왜 나오느냐. 처음 듣는다"라며 "원내수석끼리 합의한 내용을 갖고 얘기하는 건데, 최경환 부총리가 거기 끼어들 이유도 없고 그런 이야기 나온 적도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이날 서 대변인은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이 문제를 풀어야한다”면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고 답변을 하라. 최경환 대표가 해결점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가 ‘최경환이 아니라 이완구’라는 기자의 지적을 듣고 발언을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합의 번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교문위 여야 간사가 누리과정 예산 관련 합의를 이뤘지만,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처해 “우리당은 그런 합의를 할 의사가 전혀 없다. 황우여 부총리가 월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합의를 무산시켰다.
이에 전날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은 물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도 회동을 열어 재논의에 들어간 끝에 △지방교육재정 부족분에 대해서는 지방채를 발행하되 2015년 교육부 예산의 이자지원분을 반영하고 △교육부 예산을 증액 편성하며 △같은 날 오후부터 교문위를 정상화하고 교문위 소관의 예산과 법안처리를 협의하겠다는 결론을 도출해 발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합의 번복 사태'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더이상의 의사일정 협조가 어렵다"는 방침을 밝혔고, 26일 현재 모든 상임위 의사일정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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