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엔저' 기준금리 1%시대 열리나
일부 투자은행 "내년초 인하 가능성"…가계부채 우려 상충돼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1%시대’를 열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지속되는 저물가와 경기침체 등 대내 변수가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변수로 엔저와 저물가를 꼽으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리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1%대를 기록하는 등 2년 넘게 1%대 상승률을 보이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에 한참 밑도는 저물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정책당국이 저물가 대처를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면서 “새로운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화 약세가 심화할 경우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도 했다.
해외 투자은행(IB)에서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은행이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가 1.5%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2일 보고서에서 “대부분 금통위원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전망치를 밑돌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고 내년 4월 1.50%로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BNP파리바와 ANZ은행, HSBC홀딩스, 도이치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모건스탠리 등도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1.7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서로 상충하고 있어 기준금리를 한번 더 끌어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내외 금리차 축소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현재의 저물가 현상이 유가 하락 등 공급적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또 환율은 금리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도 들었다.
이와 관련, 한 금통위원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경계심을 가지고 대비해야 하겠지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우려의 정도가 실제보다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경제주체의 심리회복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앞으로 가계부채 동향에 한층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를 지적하며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산될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더 큰 규모로 늘어나 가계부채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모니터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연 2.00% 수준에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한은은 지난 8월과 10월에 각각 0.25%p씩 인하한 뒤 경제효과와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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