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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부사장, 항공기 후진 "승무원 내려" …'갑질 표본'


입력 2014.12.08 08:25 수정 2014.12.08 09:40        데일리안=이강미 기자

뉴욕발 항공기서 승무원 '과자봉지 건넸다' 질책 … 사무장 하차 명령

대한항공 "서비스매뉴얼 제대로 이행못해 객실안전 책임 못진다 판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데일리안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40·사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이륙하려던 뉴욕발 인천행 항공기에서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항공기를 후진하면서까지 수석 스튜어디스(사무장)를 공항에 내리도록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조 부사장의 '수퍼갑질'이 이륙하려던 비행기까지 멈춰서게 했다면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8일 대한항공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0시50분 미국 뉴욕 J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편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중 갑자기 탑승 게이트로 방향을 돌리는 ‘램프리턴’을 했다.

대개 램프리턴은 항공기 정비 문제나 주인 없는 승객의 짐이 실리는 경우,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대한항공 항공기의 ‘램프리턴’은 이례적으로 조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으면서 일어났다.

한 승무원이 일등석에 탑승한 조 부사장에게 과자를 봉지째 건넨 것이 화근이었다. 조 부사장은 “과자를 왜 봉지째 주느냐.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질책했다. 조 부사장은 “매뉴얼대로 했다”는 승무원의 말에 매뉴얼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사무장이 매뉴얼을 보여주기 위해 태블릿PC를 들고왔으나 당황한 나머지 태블릿PC의 암호를 풀지못하자 조 부사장은 승무원 대신 사무장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 기내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승무원은 승객의 의향을 물은 뒤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로 돌아와 마카다미아넛을 종지에 담아 제공하게 돼 있다.

이에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넛을 갖고 왔기 때문에 규정에 어긋난 일이라고 지적하고, 사무장에게 서비스 매뉴얼을 갖고 오도록 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객실 안전을 책임질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고 사무장을 내리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항공기는 기수를 돌려 사무장을 공항에 내려놓은 뒤 출발했다. 이 때문에 이 비행기의 출발 시각이 20여분 지연됐고 인천국제공항 게이트에 도착까지는 11분이 늦어졌다. 이륙 직전 뉴욕 공항에 내려진 사무장은 결국 12시간을 기다려 오후 2시에 출발하는 KE082편을 타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 안팎에서 조 부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을 할 때는 국내외 면세점, 공항 내 쇼핑몰이나 상점을 이용하지 말고, 공공장소에선 전화 사용을 하지 말며, 커피 등 음료수를 들고 다니며 마시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승무원 근무수칙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승무원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제43조에는 ‘폭행·협박 또는 위계(지위나 계층 따위의 등급)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운항 중인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정비 문제 등으로 가끔 램프리턴을 한다”며 “하지만 ‘로얄 패밀리’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램프리턴을 한 사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법은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지휘·감독은 ‘기장’이 한다(50조1항)고 규정하고 있어 우연히 비행기에 타고 있던 조 부사장의 지시는 월권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로부터 따가운 비난의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는 8일 오전 ‘조현아’ 부사장의 이름이 1위에 오르는 등 비난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닉네임 ‘JeongByung Chae’는 “월권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면서 “다른 승객들에 대한 배려는 있었던것이냐”면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닉네임 ‘새벽별’은 “부사장이 개인감정 때문에 승객 불편 신경도 안쓰고 비상시에나 하는 램프리턴을 실시한 것은 그저 갑질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SungSunHae’은 “개인의 심사 뒤틀림 때문에 수백명 승객의 시간은 아무렇지 않게 취급하는 항공사”라고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로,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 입사해 2006년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부본부장(상무보)을 맡으며 임원직에 올랐다. 이어 전무를 거쳐 지난해 3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하와이에서 아들 쌍둥이를 낳아 원정출산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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