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PS 와일드카드 '품격 우려'
4위-5위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치르기로
얇은 선수층-빡빡한 일정..수익성만 고려한 무리수
내년부터는 정규리그 5위팀도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해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 길리 열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9일 '2014년 제4차 이사회'에서 포스트시즌 경기 방식 변경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서 승률 4위팀과 5위팀의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게임차와 관계없이 치르고 대신 4위팀에 1승의 어드밴티지를 적용하는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최대 2경기로 치러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팀은 무승부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5위팀은 반드시 2승을 거둬야 진출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장소는 4위팀 구장에서 이동일 없이 2연전으로 열린다.
내년부터 프로야구가 10구단 체제로 돌입하면서 포스트시즌 확대에 대한 논의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다. 이로써 정규리그에서 5위를 차지한 팀도 포스트시즌에서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국내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가장 낮은 정규시즌 순위로 우승한 팀은 1992년의 롯데와 2001년의 두산으로 모두 3위였다.
포스트시즌 확대는 KBO와 각 구단들이 철저히 수익성만을 고려해 내린 선택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도입으로 포스트시즌 일정이 늘어나면 경기 수 증가에 따른 입장권 판매 수익 상승을 비롯해 큰 폭의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가을야구의 참여폭을 넓혀서 팬들이 시즌 막바지까지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엔 질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 이미 올해 9개 구단에서 내년 10개 구단으로 늘어나면 팀당 경기 수는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16경기 증가한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야구에서 장기 레이스를 치르고 지친 선수들이 더욱 길어진 포스트시즌에서 최상의 기량을 장담하기 어렵다.
올 시즌에도 프로야구를 강타한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 속에 '경기력 저하'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팬들의 눈높이를 진정으로 만족시키는 것보다 당장 경기수만 늘려서 화제와 수익에만 치중한 것은 아쉽다.
정규시즌의 가치와 포스트시즌의 위상 또한 하락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은 한 시즌 꾸준히 좋은 실력을 지닌 팀들끼리 벌이는 진검승부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따라 각 구단의 한 시즌 농사를 판가름할 정도다. 그러나 10개 구단 중 절반에 이르는 5개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경우 아무래도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팀 간 전력 차를 감안하면 5할 승률에도 못 미치는 팀들이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올라올 가능성도 높다. 144경기 장기레이스에서 꾸준히 잘한 팀들보다 포스트시즌 단기전 1~2경기로 순위가 뒤집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소한 승차가 일정 이상 벌어지면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를 아예 생략하는 제도적 보완책이라도 있어야 했다.
구단 수가 늘어났다고 포스트시즌을 확대하는 것보다 정규시즌 순위에 따른 확실한 어드밴티지를 강화해 가을야구의 품격과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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